'확실한 공백 지우기' 삼성의 선두 등극 비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5.17 12: 21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예외다. 배영섭과 오승환의 공백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배영섭과 오승환의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1번 타자로 활약했던 배영섭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형식, 야마이코 나바로, 김상수, 박한이 등 4명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했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를 통해 후보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정형식이 치열한 경쟁 끝에 1번 타자로 낙점됐으나 시즌 초반 끝모를 타격 부진 속에 빠졌다. 박한이 1번 카드 또한 이렇다할 효과는 없었다. 나바로는 지난달 20일 마산 NC전부터 줄곧 1번 타자로 활약하며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16일 현재 타율 3할5리(128타수 39안타) 6홈런 22타점 23득점 6도루. 이만 하면 합격점에 가깝다.

외야 한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마치 '나는 중견수다' 오디션과 같은 분위기다. 정형식을 비롯해 이영욱, 박해민, 김헌곤 등 4명이 주어진 기회를 꽉 잡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기회가 왔을때 확실히 잡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배영섭 공백에 대한 고민은 끝.
오승환 대신 안지만이 뒷문 단속에 나설 예정이었다. 수 년간 삼성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았던 안지만이기에 오승환 못지 않게 제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안지만은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커질 무렵 임창용이 7년 만의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했다.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특급 소방수 임창용의 가세 속에 삼성 마운드는 정상 가동됐다. 안지만도 셋업맨에 복귀한 뒤 제 구위를 되찾았다. 오승환 공백 우려 역시 말끔히 사라졌다.
삼성은 시즌 초반 진갑용과 이지영의 연쇄 부상 속에 포수진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난세의 영웅은 2년차 포수 이흥련. 입단 당시 조범현 인스트럭터(현 kt 위즈 감독)로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는 진갑용과 이지영의 부상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수비에 비해 타격은 기대 이하 였으나 이제는 '공포의 8번 타자'라고 불릴 만큼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이흥련의 선전은 이지영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배영섭과 오승환의 '공백 지우기'에 성공한 삼성은 16일 KIA를 꺾고 1위 등극에 성공했다. 흔히 '잘 되는 집안'이라고 표현한다. 투타 핵심 배영섭과 오승환의 전력 이탈에도 조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삼성. 역시 잘 되는 집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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