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삼성)의 방망이가 매섭다. 16일까지 타율 3할2푼8리(116타수 38안타) 7홈런 16타점 21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이승엽, 채태인, 최형우 등 좌타 일색의 삼성 타선에서 그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멀었다". 박석민에게 맹타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듯 했다. 작년과 비교했을때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박석민은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대로 박석민은 두 아이의 아버지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형 대열에 합류하기도.
"책임감이 확실히 다르다. 첫째 준현이도 이제 야구를 잘 안다. 내가 전날 경기에서 안타 몇 개를 친 것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아빠 안타 몇 개 쳤어' 묻길래 '4개 쳤다'고 대답했더니 '아니거든. 1개거든'이라고 하더라. 한참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들을 위해 더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박석민의 성적과 아들의 자신감이 비례한다는 걸 잘 알기에.

박석민은 먹성 좋기로 유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야식을 먹는 건 일과 중 하나였다. 올해 들어 식사량을 확 줄였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눈물겨운 고통이라는 걸. 그만큼 몸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기 때문이다. 작년과 달리 체중 변화도 거의 없다. 잔부상도 거의 없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컨디션은 확실히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박석민을 두고 '재능을 타고 났다'고 표현한다. 가끔은 '게으른 천재'의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천재'에 가깝다. 박석민은 경기 전후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메모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적어 놓으면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가끔씩 경기 도중에 한 번씩 읽어 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메모도 중요하지만 투수와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게 박석민의 말이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홈런 또는 안타를 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본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서 "최근 들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일 맹타를 과시 중인 그는 "특별한 목표보다 부상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왼손 중지 통증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 만큼 잘 알려졌다. 부상없이 시즌을 소화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유쾌한 박석민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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