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K 2실점' 다르빗슈, 텍사스 타선에 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17 11: 35

분명 좋은 공을 던지며 호투했다. 그러나 결국 시즌 4승 도전서는 실패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 이날 다르빗슈의 적은 토론토 타선이 아니라 오히려 불발탄에 머문 텍사스 타선이었다.
다르빗슈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11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그러나 7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한 타선의 침묵 속에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2.33에서 2.32로 조금 떨어졌다. 지난 시즌 유독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던 다르빗슈가 잠시 잊히는 듯 했던 자신의 징크스를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경기였다.
지난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다르빗슈였다. 9회 2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으나 마지막 타자 데이빗 오티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대기록이 무산됐다. 추후 정정돼 2피안타 경기가 되긴 했지만 어찌됐건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하지만 푹 쉬고 등판한 이날 아무런 후유증이 없었다. 오히려 싱싱한 투구를 선보이며 토론토 타선을 압도했다.

1회 1사 후 카브레라에게 볼넷을 내준 다르빗슈는 마치 예열이 끝났다는 듯 강속구를 던져댔다. 바티스타를 83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다르빗슈는 엔카나시온에게는 95마일 강속구를 던져 3구 삼진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 후로는 경기 중반까지 별다른 위기조차 없었다. 2회부터 4회까지는 삼자범퇴했고 5회 첫 타자인 린드에게 첫 안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5회 무사 1루에서는 프란시스코, 라우리를 삼진으로 차례로 돌려세웠고 크라츠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6회 2사 후 카브레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바티스타를 93마일 투심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고 10K 고지에 등정했다. 7회에도 1사 후 린드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프란시스코를 삼진으로 잡았고 라우리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00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오른 8회가 문제였다. 여전히 0-0이었던 상황에서 선두 크라츠, 그리고 고즈에게 연속 번트 안타를 맞은 것이 화근이 됐다. 가끔 이럴 때 수비가 투수를 구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미숙쪽에 가까웠다. 흔들린 다르빗슈는 레예스를 잘 잡아냈으나 카브레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텍사스 타선은 상대 선발 드루 허치슨에게 9회까지 3안타밖에 치지 못하고 완봉패를 당하며 또 한 번 답답한 양상을 보였다. 텍사스 타선이 다르빗슈를 도와주지 못한 셈이 됐다.
다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95마일(153㎞) 가량이었다. 슬라이더는 83마일(134㎞) 전후로 형성됐고 떨어지는 낙폭이 커 토론토 타자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외 커브와 투심패스트볼, 커터 등 다섯 가지 구종으로 모두 삼진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4승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강력한 투수임을 증명하는 한 판이었다.
목 통증으로 시즌 출발이 조금 늦었던 다르빗슈지만 지난해 이상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전 “사이영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라고 했던 그 평가가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르빗슈가 서서히 치고 올라옴에 따라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구도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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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알링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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