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투수와 맞먹는 ‘팀 플레이어’ 김재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5.18 07: 05

모든 선수들은 자신보다 팀이 먼저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다. 매년 각 구단이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것도 사실은 팀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선수들의 말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재호(29, 두산 베어스)는 대체하기 힘든 가치가 있는 선수다. 김재호는 2루와 3루 베이스 사이에서 타구를 기다릴 때나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기다리고 있을 때나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한다. 빼어난 수비와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을 모두 갖춰 공수에서 팀에 실질적인 보탬도 된다.
내야의 핵인 유격수 김재호를 두고 송 감독은 “수비력으로는 최고의 유격수다”라고 평가한다. 김재호는 안정적인 타구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발이 빠르지 않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내야 흙이 있는 부분 뒤 잔디까지 물러나 수비를 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추진력을 얻어 송구로 이어가는 동작이 빨라 멀리 물러나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

코칭스태프도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김재호는 “(전형도)코치님이 믿어주시고 맡겨주시니 자신 있게 물러나서 수비할 기회가 있다. 코치님이 배려를 해주시는데, 팀 실책이 많아서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지도자도 아무나 믿어주지는 않는다. 김재호니까 믿고 맡기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타격에서도 쏠쏠하다. 개막과 함께 14타수 무안타의 타격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타율이 .283까지 올라왔다. 현재 30안타를 기록하고 있는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인 78안타(2013)를 충분히 넘어설 페이스다. 장점인 출루율은 .397로 웬만한 중심타자 수준이다.
출루율이 4할에 육박할 수 있는 것은 볼넷이 많아서다. 김재호는 22개의 볼넷으로 이 부문 공동 8위인데, 김재호보다 앞선 7명 중 이병규(LG, 7번)를 제외한 전원은 소속팀에서 1~5번 타순에 있는 타자들이다. 8번 타순에 있고 희생번트 시도도 많아 타격 기회는 적지만, 김재호는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많은 볼넷을 얻어낸다.
볼넷이 많은 것은 기본적인 타격 성향이 볼넷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 하려고 한다. 그게 내 임무다. 작년만큼 집중력이 없어 아직은 불만이다”라며 김재호는 자신의 역할과 현재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재호의 출루는 팀 승리와도 직결된다. 두산은 7연승 기간은 물론 이번 시즌 내내 민병헌의 활약에 활짝 웃고 있는데, 1번인 민병헌이 37타점으로 리그 2위에 랭크될 수 있는 것은 8번에 위치한 김재호가 자주 출루한 덕이 크다.
이렇듯 공수에서 다양한 가치를 뽐내고 있는 김재호의 가장 큰 매력은 팀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17일 잠실 NC전에서 결승타를 때린 뒤 (실책 2개를 범한)오재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재호는 “실수를 했을 때 서로 채워주면 믿음이 생기고 팀이 강해진다. 실책을 다른 동료가 메워주면 다음 경기에도 (나쁜)영향을 받지 않고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호는 4월 말 자신이 선발에서 제외됐을 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선수단에 피자를 돌린 일이 있다. 보통 자신이 좋은 활약을 하거나 기록을 세웠을 때 하는 일이지만, 김재호는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김재호는 그런 선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면서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내야의 야전사령관이라면 가히 10승 투수를 줘도 바꾸지 않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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