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연패는 끊었지만 여기저기 상처가 많다. 특히 불펜은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결국 선발로 나서는 김광현(26, SK)이 에이스 본능을 발휘해야 팀도 살 수 있다.
SK는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4-4로 맞선 연장 12회 터진 정상호의 결승타에 힘입어 8-4로 이겼다. 7연패의 사슬을 아웃카운트 하나 남겨두고 극적으로 끊은 셈이 됐다. 6회 상대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2-4로 역전 당했으나 끈질기게 버틴 끝에 값진 1승을 따냈다.
그러나 불펜 소모가 너무 심하다. SK는 16일 경기에서 선발 윤희상이 1회 2사에서 송광민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았다. 부상 정도가 심해 조기강판됐다. 본의 아니게 나머지 7이닝을 불펜이 막아야 했다. 전유슈(3이닝, 투구수 53개) 임경완(⅔이닝, 17개) 진해수(⅔이닝, 19개) 윤길현(1⅓이닝, 27개) 박정배(1⅓이닝, 9개)가 총동원돼 겨우 경기를 마쳤다.

설상가상으로 17일 경기에는 연장 12회 혈투를 펼쳤다. 선발 로스 울프가 5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뒤 다시 7이닝을 불펜이 막았다. 진해수(⅓이닝, 17개) 윤길현(⅓이닝, 13개) 박정배(2⅔이닝, 37개)라는 필승조들이 모두 연투를 했다. 이도 모자라 마무리 박희수(1⅔이닝, 32개)에 이틀 전 40개의 공을 던졌던 이창욱(2이닝, 19개)까지 모두 가동해야 했다. 가뜩이나 최근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끌어주지 못한 상황에서 소모가 극심했던 SK 불펜은 이제 완전히 방전 상태다.
3일 연투를 한 윤길현은 17일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전날 37개의 공을 던진 박정배도 마찬가지다. 이틀 연투를 한 진해수의 상태도 장담할 수는 없다. 박희수가 1이닝 정도를 대기한다고 해도 필승조를 가동하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추격조 선수들의 체력에 여유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결국 선발이 오래, 그리고 잘 던져야 한다. 18일 선발로 나서는 김광현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김광현은 올 시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다만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총 48이닝을 던져 경기당 소화 이닝도 5⅔이닝 정도다. 다만 현재 불펜 상태를 고려하면 이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잡아먹을 필요가 있다. SK의 승리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식이다.
김광현의 최근 이닝소화가 줄어드는 것은 끈질기게 참고 기다리는 상대 타자들의 성향 때문인 점도 있다. 좀처럼 이른 카운트에 승부를 하지 않고 있다. 마치 ‘김광현 공략법’으로 번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광현은 “나름대로의 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스트라이크가 팍팍 들어가지 않는다”라며 고민을 드러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해법을 가지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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