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칸(프랑스)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최근 라인업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쇼박스 고위 관계자는 “최근 1~2년 간 타사에 비해 라인업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좋은 영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선점하자는 취지의 내부 결정이 있었다. 최근 성과가 있었고 2015년엔 보다 많은 개봉작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평균 10편 남짓의 영화를 내놓은 쇼박스는 최근 자사와 계약돼 있는 최동훈, 한재림, 장훈 감독의 차기작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준익 감독의 사극 ‘사도’와 인기 웹툰을 각색한 이병헌 주연 ‘내부자들’을 내년 라인업으로 확정했다. 이밖에도 수십 편의 본 계약을 추진 중인데 이를 둘러싸고 영화계에서 “쇼박스가 돈을 풀고 있다”며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역린’ ‘협녀’ ‘해적’ 등 세 편에만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쇼박스는 6~7년 전부터 방학이나 설, 추석 같은 대목 시즌을 겨냥해 대작 영화를 고정 배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시기와 상관없이 수익성이 보장된 영화만 엄선 한다는 방침으로 투자를 집행해왔다.
그간 ‘도둑들’ ‘관상’ 같은 황금연휴 텐트 폴 영화로 큰 수익을 맛보기도 했지만, 전액 손실을 기록한 ‘미스터고’와 ‘나의 파파로티’ ‘동창생’ ‘조선미녀삼총사’ 등 손해를 본 영화도 적지 않았다.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를 줄여 타율을 높여보겠다는 의도였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성적표는 좋지 않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쇼박스 유정훈 대표는 “이번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와 7월 개봉하는 하정우 강동원 주연 ‘군도’의 조짐이 좋다. 쇼박스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쇼박스의 달라진 행보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조급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만년 꼴찌 배급사이던 롯데가 2년 전 CJ 출신 영화인들을 영입하며 흥행작과 스타 배우를 선점하고, 쇼박스 출신들이 설립한 NEW의 잇따른 흥행에 자극받은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칸에서 만난 한 영화인은 “쇼박스가 최근 투자팀을 재편하고 ‘박수 건달’ 이후 자체 제작도 유보한 것으로 안다”며 “이러다 자칫 롯데와 NEW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고 더 늦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을 경쟁사 CJ에 빼앗긴 것도 감독 관리를 중시하는 쇼박스 입장에선 아팠을 것이다.
가성비 높은 알찬 투자사라는 평가와 함께 수십 명의 감독과 전속 계약해 한국 영화 제작 풍토를 흐린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는 쇼박스가 앞으로 얼마나 상생에 신경쓰며 업그레이드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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