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이대수, "2군 생활, 나를 돌아본 시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19 07: 30

지난 17일 대전구장. SK와 홈경기를 앞둔 한화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하나둘씩 사라질 때 한 선수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한화 내야수 이대수(33)였다. 그는 경기장 구석에서 야구공 5개를 갖고 짧은 거리를 옮겨다 놓는 순발력 훈련을 했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았지만 그는 홀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5세트나 했다. 44일만의 1군 복귀전을 앞둔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 예기치 못한 2군행
이대수는 지난달 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시즌 3경기만의 일로 어디 아프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송광민·김회성이 각각 유격수·3루수 자리를 꿰차며 졸지에 이대수의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2010년 한화 이적 후 부상이 아닌 이상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이대수이기에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다. 4년 20억원에 계약한 FA 선수로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었다.

이대수 스스로도 "처음 2군에 내려갔을 때는 마음고생도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선수 기용은 코칭스태프에서 꾸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맞춰야 했다"며 "언젠가 다시 1군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2군에 오래 있었지만 오히려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군 복귀전이었던 17일 대전 SK전에서 이대수는 6회 대타로 나와 진해수와 10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역전의 포문을 열었고, 18일 SK전에서도 6회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그는 덕아웃에서도 배트를 놓지 않고 수시로 몸을 풀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 44일간의 2군 생활
이대수는 "2군에서 이정훈 감독님의 권유로 순발력 훈련을 시작했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야구는 몸의 회전이 중요한데 수비할 때도 그렇고 타격할 때에도 몸이 잘 돌아간다. 나도 이제는 이런 훈련을 많이 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계속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수비에서 이대수는 몰라 보게 날렵해진 모습으로 움직임이 달려졌다. 17일 SK전에서 7회 김강민의 강습 타구를 재빠른 순간 반응으로 쉽게 잡아 아웃시켰다. 18일에는 7회 무사 2루에서 상대의 번트 실패 때 정범모의 2루 높은 송구를 점프 캐치한 뒤 곧장 3루로 송구하며 3루로 뛰던 2루 주자 정상호를 잡았다. 최근 몇 년간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30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나이에 이 같은 변화는 고무적이다.
2군에서 이대수를 지켜본 이정훈 한화 퓨처스 감독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며 많이 좋아졌다. 순발력 훈련을 열심히 해 몸의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방망이 감도 계속 좋다. 언제든 1군으로 갈 수 있는 상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대수도 "이정훈 감독님과 2군의 모든 스태프 분들이 나를 볼 때마다 '힘내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 와신상담, 돌아온 1군
이대수는 "2군 생활은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느꼈고, 실력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201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연습한 것을 어떻게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격수는 특히 순발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동안 경기를 위한 연습으로 체력을 아꼈다면 2군에서는 연습에 더 집중했다. 몸을 정말 잘 만들었고, 예전 감이 다시 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대수는 1군 복귀와 함께 대전 팬들로부터 적잖은 환호를 받았다. 그는 "오랜만에 1군 경기를 뛰었다. 팬들의 환호성에 더욱 힘이 났다"며 웃어보였다. 예기치 못한 2군행으로 인한 마음고생과 시련을 훌훌 털고 일어섰다. 와신상담한 이대수가 골든글러브 유격수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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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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