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많이 힘들었다. 기다려준 구단과 가족에게 감사하다".
SK 우완 투수 이창욱(30)은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연장 11회 구원등판한 그는 2이닝 1피한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고 SK의 연장승과 함께 구원승을 올렸다. 그의 나이 만 서른. 지난해까지 1군 마운드도 밟아보지 못한 그에게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되는 감격의 첫 승이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있었다. 4-4 동점으로 맞선 11회말 선두타자 정범모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사 2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지만, 이대수와 정근우를 외야 뜬공 처리하며 침착하게 막았다. 이창욱은 "끝내기를 맞더라도 승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운 좋게 막을 수 있었다. 얼떨떨했지만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경기 후 30~40통의 축하전화를 받았다는 이창욱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족이었다. 아내도 "고생했다"는 한마디와 함께 울먹이며 축하했다. 이창욱은 "결혼한지 5년이다. 첫 등판 때도 그랬지만, TV 중계를 보며 많이 좋아했더라. 10년 열애 끝에 결혼해 힘든 시기를 곁에서 많이 봤다. 그동안 내조하며 여러모로 힘들었을텐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했다.
아내 뿐만이 아니다. 두 명의 아들과 함께 자신을 든든히 뒷발라지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부모님과 여러 가족들이 없었다면 중간에 야구를 관뒀을 것"이라는 게 이창욱의 말이다. 구단에서도 이창욱의 가능성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다. 이창욱은 "구단에서 기다려준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다. 군산상고-고려대 출신으로 2007년 신인 2차 1번 전체 6순위로 SK 지명된 그는 계약금 1억3000만원을 받은 유망주였다. 최고 145km 직구와 안정된 제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입단 후 어깨 통증과 수술을 받으며 기나긴 재활을 소화했고, 군입대 등으로 1군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가능성을 보여줬고, 꿈에 그리던 1군 진입과 첫 승까지 올렸다.
이창욱은 "그동안 어깨가 계속 안 좋았지만 작년부터 통증없이 던지고 있다"며 "도망 가는 피칭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공격적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 특별히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 맞혀잡는 피칭을 하려고 한다. 내게는 한 이닝, 한 타자가 정말 소중하다. 그 생각 뿐"이라고 절실함을 드러냈다.
SK는 선발진의 잦은 붕괴로 불펜 과부하가 걸려있다. 불펜 투수 한 명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이창욱의 등장이 정말 반갑다. 8년을 기다려 만 서른의 나이에 이룬 프로 데뷔와 첫 승리. 이창욱이 또 한 명의 대기만성형 늦깎이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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