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피홈런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은 대부분 선발투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그들에게 홈런을 맞는 건 숙명이다. 가능하면 홈런을 적게 내주는 게 좋겠지만, 일단 맞는다면 얼마나 덜 치명적으로 맞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피홈런 리그 1위는 롯데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7)이다. 옥스프링은 10경기에 등판해 홈런 9개를 허용하고 있는데, 경기당 거의 1개씩은 매번 내주고 있다. 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맞은 경기가 모두 2경기, 홈런을 내주지 않은 경기가 불과 3경기밖에 안 된다. 2008년 174이닝 피홈런 12개, 작년 183⅓이닝 피홈런 10개였던 옥스프링은 올해 59⅓이닝동안 홈런 9개를 맞았다.
때문에 옥스프링의 평균자책점은 3.64로 리그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본다면 옥스프링의 활약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옥스프링은 롯데에는 없어서는 안 될 '복덩이' 선수다.

홈런만 놓고 살펴보자. 일단 홈런은 최대한 적게 맞는 게 좋지만, 허용하는 시기도 중요하다. 옥스프링이 올해 내준 홈런 9개 가운데 7개가 솔로포였다. 그나마 충격이 덜한 편이다. 주자가 있을 때는 홈런 2개를 맞았는데, 하나는 지난 7일 사직 두산전에서 호르헤 칸투에게 맞은 투런포였고 나머지 하나는 지난달 7일 사직 LG전에서 큰 이병규에게 내준 만루홈런이었다. 두산전은 승리를 거뒀으니 치명타는 만루홈런 뿐이었다.
18일 사직 넥센전에서도 옥스프링은 홈런을 내줬다. 유한준에게 내준 솔로포가 그것, 경기내내 결정구로 이용하던 커브가 딱 하나 높게 들어갔는데 유한준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옥스프링은 경기 후 늘어난 홈런에 대해 "요즘 스트라이크 존이 다소 높아진 것 같아 그런 점에 적응하려다 보니 피칭이 높아지면서 홈런을 허용하게 되는 것 같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홈런을 적지 않게 허용하는 옥스프링이지만 활약상만 놓고 본다면 롯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피홈런이 많다는 건 투구가 공격적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면승부를 즐기는 옥스프링은 그 과정에서 홈런을 내주긴 하지만, 현재 리그 이닝소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타고투저 시대에 대부분 구단은 마운드가 무너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옥스프링과 같은 '이닝이터'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
더욱이 롯데는 옥스프링(59⅓이닝)-장원준(52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평균 소화이닝이 5이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옥스프링이 홈런을 좀 맞는다고 하더라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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