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살아났다! 롯데 중심타선 '정원 초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19 10: 30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습니다. 최준석 선수가 지금은 조금 타격 사이클이 내려간 상황이고 박종윤 선수는 컨디션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최준석 선수가 이제까지 보여준 게 많았던 만큼 올라가는 때가 있을 겁니다. 우리 선수 힘 좀 실어 주세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준석(31)의 부진이 길어지던 이달 초, 김시진 감독은 그의 기용법을 놓고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FA로 영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손석히 트리오'라는 별명과 함께 최준석은 4번 타자로 낙점받았다. 김시진 감독은 개막전 4번 타자 자리를 그에게 맡기면서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렇지만 최준석의 타격감은 갑자기 떨어졌고 4월 하순부터는 아예 대타로만 출전했다.
한때 최준석의 타율은 1할 후반대까지 떨어졌고, 계속해서 대타로만 출전하는 바람에 타격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3일 문학 SK전부터 13일 잠실 LG전까지 7경기 연속 대타로만 1타석씩 들어섰는데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투수들은 승부처에서 최준석이 대타로 나오면 볼넷으로 거르기 일쑤였고 그는 타격감을 되찾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최준석은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14일 잠실 LG전부터 최준석은 5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선발 복귀전에서 박종윤을 대신해 5번 타자로 들어간 최준석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계속해서 안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루이스 히메네스가 감기몸살로 아예 경기에서 빠지자 4번 자리에 들어가 '여기가 원래 내 자리'라는 듯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18일 사직 넥센전은 구단이 최준석을 영입한 이유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1회 선제 스리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최준석은 팀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오랜만에 거둔 위닝시리즈도 반갑지만, 정확하게 한 달만에 터진 최준석의 시즌 4호 홈런은 상징하는 바가 더욱 컸다.
최준석이 한때 선발에서 계속 빠졌던 이유는 박종윤의 예상 밖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격폼을 수정한 박종윤은 현재 타율 3할4푼5리 4홈런 22타점, OPS 0.944로 데뷔 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준석과 히메네스, 그리고 박종윤 모두 포지션이 1루인데 선발출전은 지명타자까지 포함해 2명만 가능하다. 타격 부진을 겪었던 최준석이 대타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히메네스를 4번에 고정하고 최준석과 박종윤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가며 5번 타순에 넣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최준석은 최근 5경기에서 20타수 9안타 타율 4할5푼 1홈런 5타점으로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박종윤 역시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할1푼2리 4타점으로 좀처럼 페이스가 떨어질 줄 모른다.
성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선수는 지칠 수밖에 없다. 작년 중심타선에 들어갈 선수가 없어서 고민이 깊었던 롯데는 1년 만에 180도 바뀐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최준석이 살아나면서 롯데 중심타선은 '정원 초과'가 됐다. 이제는 최준석과 히메네스, 그리고 박종윤의 공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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