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정도전' 하여가-단심가는 어떻게 그려질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19 07: 56

역사가 스포일러다. 하지만 그 역사를 어떻게 그려낼 지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한다. KBS 1TV 주말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얘기다.
18일 방송된 '정도전'에서는 그 유명한 선죽교 사건의 전조가 울렸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선지교라는 다리에서 죽인 사건으로 사건 이후 충절을 뜻하는 대나무가 돋아 선죽교라고 불리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정도전(조재현)이 참형의 어명을 받아 죽음을 코 앞에 두게 됐지만, 정작 죽음의 불길한 예감이 짙게 다가오고 있는 이는 정몽주(임호)였다. 두 사람은 뒤바뀔 앞날을 모른 채 술잔을 기울였다.

정몽주가 오랜 친구인 정도전에게 참형 어명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술잔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보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정도전은 정몽주의 술을 받으며 "아마도 이것이 이승에서 내 마지막 술이겠구만"이라고 말했고, 정몽주는 이런 정도전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참형에 처한다는 어명을 전달했다.
정도전은 하지만 침착한 태도로 "이번이 아니면 그 다음에, 그 다음이 아니면 또 그 다음, 언젠가 진정한 백성의 나라가 이 세상에 세워질 것"이라며 정몽주에 "건승을 비네"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정몽주는 흐느끼며 오열하고 말았다.
하지만 예고편을 통해서도 이미 드러난, 그 유명한 선죽교 사건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교과서에서 익히 봐 온 '하여가'와 '단심가'가 어떻게 그려질 지 애청자들은 가슴이 뛸 만 하다.
혁명전야에 이방원(안재모)은 정몽주를 포섭하고 그를 회유하기 위해 '하여가'라는 시를 지어 보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하여 백년을 누리리라." 고려이냐 조선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낙마 사고를 당한 이성계(유동근)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호랑이굴로 들어간 포은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변을 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한 마디로 고려를 향한 사랑을 변치 않는다는 소리다. 고려 왕조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몸부림친 정몽주다.
정몽주의 단심가의 답변을 들은 이방원은 결국 정몽주가 아까운 인재임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판단, 심복을 시켜 선죽교에서 그를 피살하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씌여지기 때문에 같은 사건을 두고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시청자들 역시 흑백논리로 선과 악을 나누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을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 하다. 적어도 '정도전'은 그런 텍스트에 가장 유용한 드라마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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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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