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일색이다. 자국민들을 웃기고 싶었던 검은 머리 감독은 노란 머리에 파란색 눈을 가진 외국인들까지 배꼽 잡게 만들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처음으로 칸의 해변을 밟아 본 김성훈 감독은 그저 자신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고 웃어준 외국인들의 반응이 신기하고 감사하단다. 국내 관객들을 목표로 만든 영화라 외국인들에게도 통할까 내심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나도 궁금해 살짝 훔쳐 본 극장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스크리닝을 할 때 너무 궁금해서 뒷부분에 잠깐 들어가봤어요. 이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궁금하더라고요. 이분들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는 아니고 한국 관객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거든요. 번역을 참 잘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내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그리고 배우 덕에 칭찬을 듣는 것 같고요. 고마울 따름이죠. 배우가 연기했지 제가 연기한 게 아니고 촬영도 제가 한 게 아닌데 그런 칭찬을 많이 받아서 다 그분들 덕분이죠. 모든 공을 다 돌리고 싶진 않지만(웃음)."

이렇게 많은 이들을 웃길 줄 알았을까. 칸 영화제 측은 김성훈 감독에게 '끝까지 간다' 공식 초청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재밌으니까." 소위 칸 영화제하면 예술성 있는 작품을 선호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가 주는 '재미' 앞에선 칸 영화제도 여느 영화제와 다를 바 없었다.
"프로그래머를 만나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길래 '저를 왜 불렀어요'라고 물어보니 너무 심플하게 '재밌잖아'라고 답하더라고요. 우리 영화를 팝(POP)이라고 친다면 칸은 클래식 같은 느낌 아닐까 했는데 클래식이든 팝이든 재밌는 영화는 재밌는 것이더라고요. 본인들이 선택하기에 재밌는 영화, 관객들이 보기에 재밌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시신 보관실 장면을 좀 독특하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부패하고 타락한 형사들은 주구장창 나왔고 액션들도 많이 봤을텐데 시신 보관실의 유니크함에 대해 좋아하더라고요."

칸 영화제 공식 초청이라는 뜻밖의 기분좋은 보너스를 얻게 된 김성훈 감독은 이후 어떻게 변화해갈까. 칸의 매력에 빠진 그가 또 다시 칸을 찾기 위해 '칸 영화제 겨냥' 영화를 만들어낼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는 것이 김성훈 감독의 변이다. 그에게 칸이란, 시골서 처음 맛 본 서울 놀이공원과도 같은 존재란다.
"돌아가서 생각해 봐야겠지만 한 번 초청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어릴 때 놀이동산에 갔다 온 느낌이랄까. 제가 어렸을 때 강릉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자랐거든요. 그러다가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갔다 온 적이 있는데 가기 전에 설레고 갔을 때 힏들지만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만 거길 갔다왔다고 해서 제 인생이 변화되는 건 아니잖아요. 즐겁고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가졌던 것 같은데 그게 칸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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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