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긍정적인 성격 때문에 아내를 울리는 남편이 등장했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각종 취미 생활에 중독돼 가정 생활을 뒷전에 놓은 남편에 대한 사연이 가장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 1등을 차지했다. 이 남편은 속상한 마음에 눈물 짓는 아내에게 끝까지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남편의 취미 중독은 심각했다. 그는 사진, 자전거, 배드민턴, 낚시 등 온갖 취미 생활을 위해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뭐든 최고로 갖춘 그의 물품은 오래 쓰이지 못했다. 그에게는 다음 취미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생활고에 시달린 아내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의연했다. 그는 “원래 성격이 뭘 하려면 다 갖춰놓고 한다”며 자신의 사고방식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가 취미 생활을 그만둘 때마다 ‘허리가 아파서’, ‘무릎이 아파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해서’ 등 그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아내는 한 달 월급 180 중 20~30만원으로 생활비를 쓰며 대출을 받아 근근이 살림을 꾸려야 했는데, 이 역시 벌써 3천 만원이나 들인 남편의 취미 생활 때문이었다. 남편은 “빚도 재산이라고, 은행 가면 바로 된다”는 등 전혀 걱정 없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아내를 속 타게 한 것은 남편이 아내의 걱정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남편에게 있어서 이 생활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고, 그는 지금까지 문제 없었지 않냐며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이에 아내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려버렸다.
MC들은 차라리 아내에게 같이 “돈을 질러버리라”며 농담 반 섞인 조언을 했지만, 그는 “그것도 다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엄두도 못 냈다.
이 사연이 이날 1등을 하게 된 것은 단지 남편의 취미 생활 때문이 아니라, 반성할 기미가 없는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함께 사는 가족이 힘들어 하는데도 별일 아니라는 듯 ‘허허’ 웃는 그의 모습이 관객을 아내 편으로 만들었다. 자신에게는 ‘긍정의 힘’이 가족에게는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역시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가수 전효성, 지나, 개그맨 김영철, 박휘순 등이 출연해 시청자의 고민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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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