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거리’가 팍팍하고 치열한 일상에 지치고, 막장드라마가 지겨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했다.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인간적이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사랑만이 보였다. 김운경 작가가 1994년 ‘서울의 달’에서 담았던 훈훈한 사람냄새가 잔잔히 풍겼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 1회분에서는 소매치기와 순수한 청년의 만남, 다세대 주택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김운경 작가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들,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이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나의 거리’는 직업, 성별, 나이, 성격까지 천차만별인 사람들과 전직 소매치기범인 한 여자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사나이가 들어온 후, 상처와 아픔을 치유 받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날 방송에서는 유나(김옥빈 분)가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창만(이희준 분)이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비롯해 한만복(이문식 분), 장노인(정종준 분), 홍계팔(조희봉 분), 봉달호(안내상 분), 홍여사(김희정 분) 등이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 그려졌다.

소매치기의 달인 아버지(임현식 분)의 딸 유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사람들의 지갑을 훔치는 걸 보며 자랐고 유나 또한 달인이 돼 소매치기들이 훔친 지갑까지 슬쩍해서 도망가는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창만이 유나가 숨은 허름한 카페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나 소매치기들에게 쫓기는 유나를 구해줬다.
이로써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창만은 신발 벗고 도망가다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힌 유나를 정성스럽게 치료해줬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창만은 유나에게 호감을 보이며 앞으로의 관계를 예상하게 했다.
이희준과 김옥빈 외에도 이문식, 정종준, 조희봉, 안내상, 김희정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환상 연기호흡이 ‘유나의 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이들의 코믹연기, 쫄깃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뿐 아니라 ‘서울 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등을 통해 고단한 서민들의 세상살이를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낸 김운경 작가만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소매치기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유나, 취업 준비를 하는 백수 창만, 조폭 한만복 등 삼류인생을 리얼하게 그려 몰입도를 높이면서 흥미를 유발했다.
스토리와 배우들이 환상 호흡을 이룬 ‘유나의 거리’. 막장 요소 하나 없이도 연기력과 이야기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아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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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유나의 거리’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