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4구 제로, 두산 타선의 또 다른 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0 13: 09

야구에서 고의4구를 얻는 팀은 좋아해야할까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할까. 메이저리그 통계를 살펴보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야구통계학자 톰 탱고의 책 '더 북: 확률로 보는 야구'에는 타격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기대득점(Run values)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볼넷의 기대득점은 0.323점인데 반해 고의4구는 0.179점으로 나타난다. 같은 볼넷이지만 고의4구의 기대득점이 더 낮은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투수가 상대할 타자를 선택하는 작전이 바로 고의4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로 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은 작전이지만, 어쨌든 통계적으로 볼 때 고의4구는 실점확률을 줄여주는 효과적인 작전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팀 고의4구의 숫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전 라인업을 구성하는 타자들의 기량이 비슷하다면 고의4구가 적을 것이며, 들쭉날쭉하다면 고의4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혹은 리그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타자가 있다면 많은 고의4구를 얻게 된다. 3할-30홈런-60도루를 기록했던 1997년 이종범은 30개의 고의4구로 한국 기록을 갖고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2004년 배리 본즈가 무려 120개의 고의4구를 얻어냈었다.

올해 팀 고의4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일 현재 가장 많은 고의4구를 기록한 팀은 롯데로 모두 8개를 얻어냈다. 반면 두산은 단 하나의 고의4구도 얻어내지 못했다. 두산은 팀 타율 3할2리로 1위, 롯데는 2할8푼9리로 2위를 달리고 있는 공격 상위권의 두 팀이다. 두 팀은 무엇이 달랐기에 고의4구에 있어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그 만큼 주전라인업에 포진한 두산 타자들의 기량이 고르다는 의미다. 두산은 1번 민병헌부터 6번 양의지까지 피해갈 구석이 전혀 없는 꽉 찬 타선이다. 민병헌(.385)-오재원(.326)-김현수(.329)-칸투(.296)-홍성흔(.341)-양의지(.308)까지 투수들을 기다린다. 유일하게 칸투가 3할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 중이지만 대신 홈런 11개를 친 거포이기에 상대하는 팀 투수가 김현수 대신 칸투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두산은 하위타선도 강력하다. 이원석(.286), 최주환(.286), 김재호(.275), 허경민(.263), 정수빈(.262) 등 언제든 안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 만큼 타선에 빈틈이 적고 공격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다. 높은 팀 타율에 주전 선수들의 타율이 고르기까지 하니 두산 타선이 잘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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