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소울 음악,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르던 보컬그룹 빅마마의 민혜(32)가 솔로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빅마마표 노래가 아닌 민혜의 달콤한 취향이 담긴 음악이다. 지난 2003년 빅마마로 데뷔한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앨범.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지만 처음인 만큼 민혜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기로 했다. 부담감과 걱정 때문에 피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온전히 자신의 이름이 담긴 앨범을 받아든 그는 '부담감과 기쁨'이 교차하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었다.
20일 정오 공개된 민혜의 첫 번째 솔로앨범 '유앤미(You & Me)'는 빅마마의 음악과는 차이가 많았다. 한층 더 밝고 따뜻했다. 빅마마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고, 새로운 매력이었다.
앨범 발표를 앞두고 OSEN과 만난 민혜는 기쁨과 부담감이 섞인 복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빅마마의 이름을 떼고 발표하는 첫 번째 솔로앨범이면서 새로운 색깔을 노래한 데서 오는 부담감과 공들여 만든 앨범을 손에 쥔 성취감이 교차했다.

"기쁨보다는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솔로 앨범을 만드는 것 자체가 수비지 않았어요. 사실 저를 위해서 좋을 것 같지도 않았고, 혼자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노래를 하던 사람이 노래를 안 하니까 안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더라고요."
민혜가 솔로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음향감독인 남편이 많은 힘을 줬다. 다른 일을 하겠다는 그가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고, 힘이 돼줬다.
"결혼 후 일을 쉬는 여자들이 많은데 저도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세상에 나가서 치이고 그러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요리를 배우겠다, 바리스타에 도전해보겠다 여러 이야기를 했었는데 남편이 다 안 된다고 하면서 계속 노래를 하도록 이끌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봤으니까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격려해줬어요(웃음)."
남편의 조언을 듣고 발표한 솔로앨범은 달콤하게 물들었다. 빅마마가 풍부한 고음으로 애절하고 슬픈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사랑스러운 소울이 가득 담겼다. 평소 민혜가 좋아하는 밝고 어쿠스틱한 느낌의 곡들로 가득했고, 화사한 봄 날씨와도 잘 어울리는 곡들이었다. 특히 민혜의 목소리에 더해진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리듬감이 빅마마 때와는 다른 매력을 전했다.
"제가 예상한대로 빅마마 때 저를 알던 분들은 '너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제가 편안하게 낸 목소리예요. 봄에 맞는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빅마마 때와는 다른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민혜가 참 다양한 음악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결심하고 오래 준비한 만큼 곡들에도 정성을 쏟았다. 수록곡 '봄바람'은 작곡과 작사에 참여했고, '렛 미 인사이드(Let me inside)'는 가사를 완성했다. 수줍고 조심스러운 멜로디, 이별도 담백하고 밝게 표현한 음악이 민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어떤 노래였는지 잘 드러났다.
"노래를 불렀지 창작에는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어요. '렛 미 인사이드'는 2년 전에 받은 곡인데 녹음을 하고 가지고 있었어요. 계속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도 체크하고 다시 녹음하고 그랬죠. 시간이 지나니까 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성격상 다급하게 진행하는 것은 안 맞아요."

음악은 밝은 분위기지만 민혜는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돼주는 남편이 곁에 있었지만 혼자 해내야 하는 녹음은 오랜만이라 더 긴장됐다. "2년 만이라 녹음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안 하다가 하려니까 목소리도 다르더라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면으로는 자극도 됐어요. 저는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는데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솔로 가수로 서기까지 민혜가 가장 먼저 떨쳐내야 했던 것은 빅마마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 가수로서 빅마마가 민혜에게 주는 성취감과 행복은 컸지만, 홀로 다시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빅마마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에 신인의 마음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듣고 '신인 가수가 나왔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빅마마는 제 음악의 시작이죠. 사실 저는 뭔가 욕심이 있던 사람도 아니고, 꿈도 없었어요. 가수로서 빅마마로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고, 음악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2년의 내공을 담아 이제 막 늦깎이 솔로 가수로 나선 민혜. 익숙함을 버리고 신선함을 택한 그이기에 앞으로 가수로서 어떤 음악활동을 이어갈지 더욱 기대된다. 민혜가 꿈꾸고 있는 미래는 어떨까.
"밴드 성향의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고, 알앤비 느낌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도 일단 음악을 대중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부르는 노래를 공감하고 받아들여준다면 가수로서 행복하겠죠. 일상에서 한템포 쉬어가는 휴식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편안한 가수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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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