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전대미문의 1인 8역, 김영민이기에 가능했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20 17: 44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똘끼' 형사로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던 배우 김영민이 김기덕 감독의 스무번째 영화 '일대일'(22일 개봉)로 돌아온다. 말그대로 파격적인 8번의 변신. 영화 '수취인 불명'에서 상처를 지닌 소녀를 지키고자 하는 소년 지흠을 연기, 김기덕 감독의 원조 페르소나로 불리는 김영민은 이번 작품에서 1인 8역을 해 냈다.
'일대일'은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벌어지는 살인 용의자 7인과 테러 단체 '그림자' 7인의 대결을 그린 작품. 김영민은 극 중 '용의자 1' 오현 역과 더불어 그림자 각자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인물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드러낸다.
주인공이 끊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는 연극같은 영화. 이 안에서 김영민은 취직 못하는 엘리트 동생을 둔 가게 주인,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남자, 친구의 돈을 가로챈 뻔뻔한 부자, 느물느물한 정비소 사장 등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여러 변신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때로는 소름돋고 때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8명 캐릭터를 하루만에 다 찍었단다. 베테랑 배우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더욱이 크랭크인 하기 며칠 전에 결정된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안에 많은 것들이 있죠. 1인 8역을 한다면, 그 안에 있는 것을 뽑아내면서 연기하는 재미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만큼 불안감도 물론 있었고요. 한국영화에서 아마 그런 일(1인 8역)이 없었을 텐데, 배우로서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라면 그런 도전에 대한 욕심은 누구라도 있을 거에요. 잘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게 아쉬웠죠. 크랭크인 한 다음날부터 10회차가 있다면 8가지를 나눠 연구도 좀 하고 그럴텐데, 하루에 다 찍으시니까. 하하. 그래도 정말 즐겁게 하려고 했고 의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안 풀리면 제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의 그 느낌. '이런 사람일거야'란 느낌을 믿고 갔어요. 나머지는 전부 감독님에게 맡겼죠."
혼자 8인에 대한 설정을 전부 세워 만들어왔다고 한다. 퍼머머리에 얼굴 점 같은 극화된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느물거리는 모습에서는 그 비열함에 보는 이의 분노 상승지수를 높이고, 데이트 폭력 장면에서는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하지만 또 스님으로 분한 장면에서는 관객들을 '빵' 터뜨리는 의외의 코믹함도 있다.
"선글래스에서부터 다양한 소품을 준비했어요. 같은 듯 다른 인물. 같은 사람 같은데도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연기한 사람들은 그림자들 개개인 삶에 영향을 주고 고통을 주는 인물이자 그림자들에게 처단받는 인물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림자들도 그 안에서 선하기만 할까요? 상반된 것들, 아이러니한 것들의 의미를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고통스러운 작업이긴 하지만 그 때마다 자신을 채찍질 해요. 전 다른 세계와 다른 세상을 지금 사는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배우니까요."
김기덕 감독과는 11년만의 재회다. 세월이 있었던 만큼, 김기덕 감독에게 변한 점이 있었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감독님은 스스로 나이가 들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여전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을 보면 그리스인 조르바, 돈키호테, 체 게베라 그런 사람들이 생각나요. 감독님은 자기가 생각하는 세상을 글에 잘 녹여서 표현하는 분이세요. 그런 면에서 예나 지금이나 같으시죠. 인간과 세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극단적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나 극단적인 상황이 맞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시죠. 그렇기에 에너지가 세고 원초적이고, 다듬어진 연기는 안 좋아하세요. 중요한 건 큰 그림이 어떻게 나오느냐인데 그런 면에서 거장 다우시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마동석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동석은 극 중 그림자의 수장 역을 맡아 김영민과 대결을 벌인다.
"따뜻함과 쿨함이 공존하는 친구에요. 그런 두 면모가 잘 섞여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이죠. 영화 '퍼펙트 게임', '살인자'를 함께 했는데 매번 감탄해요. 사람은 한 가지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느끼게 해 주는 친구이자 배우라고나 할까요. 동석이의 존재는 현장에서 빛이 나요. 동석이가 있는 것 만으로도 중심이 선다는 느낌이 들죠. 사람들 대하는 것에도 '때로는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다'라면서 단점을 보듬어주고 안아주니까 누가 안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주연 배우로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단시간에 찍은 만큼 아쉬움도 클 터. 하지만 그는 웃으며 "10회차에 비해 대단히 잘 나온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가 감독님 답다. 감독님 색깔대로 찍으셨고 처한 환경에서 가장 좋은 퀄리티를 뽑아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온화한 미소에 행복감이 깃들여있었다.
김영민은 동안 외모에서 풍겨져나오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1999년 연극 '나운규'로 데뷔한 이후 2005년 '청춘예찬'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햄릿', '돈키호테', '엠 버터플라이', '칼집 속의 아버지' 등의 연극을 통해 대학로를 휘어잡았다. '대학로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한 없이 순수한 소년 같다가도 고뇌하는 청춘의 모습이 투영되고, 반면 옴므파탈의 섹시한 눈빛도 지니고 있다. 연극을 넘어 TV 드라마, 영화로 만나는 그가 반갑다. "연극은 관객들을 만나고, 영화는 수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내죠. 그런 면에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달라지겠죠." 그가 전하는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이다.
무대 위나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당한데 실제 말을 주고 받으면 차분하고 다정다감하다. 그런 면모가 반전이다. 그는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님도 그런 면을 보고 영화에 캐스팅해 주신 것 같다. 김영민은 소극적이고 평소에는 조용조용 얘기하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생각하셨나 보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을 낮췄다.
마지막으로 주연 배우로서 '일대일'의 관전 포인트,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
"연극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본을 읽으면 작가가 이 글을 왜 썼을까,란 생각을 계속 하게 돼요. 단순히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피해자라고, 권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도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가 될 수가 있죠. 그런 힘이 있을 때 그런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돌이켜 보고 곱씹어 볼 수 있는 작품이예요. 시사 때 뭉클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보는 이에 따라 답답할 수도 있고, 분노할 수도 있고, 노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분명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보시면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하반기 개봉하는 영화 '협녀:칼의 기억'에서는 고려왕으로 분한 그를 만나 볼 수 있다. 그는 "배우로서 역사를 쓰시는 분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라며 다시한 번 웃어보였다. 겸손함 속에서도 여유가 가득한 미소다. 자신의 표정과 느낌처럼, 잘 하면서도 여유롭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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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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