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거 아니야?" 배우 배두나를 둘러싼 말들이었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 진출을 선언한 배두나는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 당분간 그쪽에 포커스를 맞춘 채 활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그가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돌아온 작품은 국내 영화, 그것도 신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었다. 물론 워쇼스키 감독의 '주피터 어센딩' 출연과 함께 다른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할 예정이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그가 관객들을 만난 건 한국 영화였다.
그 작품, '도희야'로 칸 영화제를 찾은 배두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내놨다. 국경 없이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는 거대한 규모의 영화보다 한국 영화가 더 좋단다. 아무래도 모국어보다는 덜 자연스러운 언어의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연기하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단다.

'도희야'를 촬영하면서도 함께 작업한 송새벽, 김새론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지냈다는 배두나는 "촬영할 때 너무 바빠서 수다를 못 떨었어요. 배우들이랑 수다 좀 떨고 싶은데"라며 칸의 넘실대는 바다를 보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배두나와의 일문일답.
- 칸에 온 소감이 어떤가.
▲ 정말 설렜고 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와서 재밌었다. 특히 어제 시사회를 했을 때 반응이 정말 좋아서 기분이 좋았고 처음에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부터 두 달 동안 여수와 순천을 돌면서 촬영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막 스치더라. 그렇게 열심히 찍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돼서 감개무량하고 영광이고 기쁘다.
-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을까.
▲ 나는 국경 없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꿈이다. 사실은 왔다 갔다 하면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여기서 느끼는 갈등이 있고 저기서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한국 영화는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다. 큰 스케일의 영화만 하니까 한국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 오해를 할 것 같은데 한국 영화에서 한국말로 연기하면서 내 능력을 발휘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 내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이상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제일 편하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 특유의 가족같이 뭉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게 굉장한 힘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해외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 좋은 감독님들이 많이 불러주셨고 좋은 감독님이랑은 다 해보고 싶다. 그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좋은 감독님들이랑 작업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지 않나. 앞으로도 불러주시면 열심히 하겠다(웃음).
- 극 중 영남 역을 맡았는데 영남은 술로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한다. 본인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가.
▲ 나는 그런 경우가 왔을 때 술 같은 걸로 푸는 성격은 아니다. 나도 사람인데 왜 괴로워하지 않겠나. 매번 괴로워하고 어떤 좌절이 올 때마다 우는 걸로 스트레스 푸는 스타일이다. 막 울고 나면 정화되지 않나.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할까. 술을 잘하지 못하고 음주 가무를 잘하지 못해서 술로 풀지는 않는다(웃음).
- 작품 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 20대랑 지금이랑 조금 달라졌다. 20대는 연기가 배우고 싶어서,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간절하게 좋은 감독님이 부르면 하고 그랬다. 노출이나 베드신이 있어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캐릭터도 많이 따졌고 내가 빛이 나고 임팩트 있는 역을 따져가면서 했다. 그리고 '과연 이 영화를 내가 평생 자랑스러워 할 것인가' 생각도 했다. 까다로웠다. 하지만 요즘은 더 마음을 열고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다. 내가 원해서 캐릭터를 고르거나 이런 것보다도 시나리오가 좋고 그런 것에 도전하는 게 즐겁다. '도희야'가 그런 면이 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 영화가 만들어져서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내가 있었으면 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 신인 감독과의 호흡인데 걱정은 되지 않았나.
▲ 현장에서 본인의 의지를 꺾어야 하기 쉬운 부분이 있지 않나.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주리 감독은 그런 것에 대해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게 놀라웠고 감동했고 멋졌다.
- 칸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모래사장을 좀 밟아보고 싶다.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배우들이랑 수다도 떨고 싶다. 우리는 촬영 때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매일 밤 새우면서 촬영하느라. 여기 와서도 너무 바빠서 수다를 떨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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