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까지는 인물 소개를 위한 밑밥이었나보다.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가장 큰 이야기인 삼형제 갈등이 본격화되고, 로맨스가 진척되면서 시청자들의 갈증 요소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데 성공했다. 다소 더디고 장황하게 느껴졌던 인물 소개가 끝이 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탄력이 붙은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하는 일일 터다.
‘트라이앵글’은 지난 20일 방송된 6회에서 친형제이지만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삼형제 장동수(이범수 분), 허영달(김재중 분), 윤양하(임시완 분)의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 삼각 구도가 본격화됐다. 영달은 건달로 성공하기 위해 동수를 죽이려는 고복태(김병옥 분)와 손을 잡을 위기에 처했다.
동수는 슬프게도 친동생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비극적인 운명에 놓인 가운데, 사랑하는 여자 황신혜(오연서 분)를 도우려다가 복태의 비리를 눈감아줘서 감찰 대상에 놓이는 이중고에 휩싸였다. 사실 복태는 양하의 양아버지이자 삼형제를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악행을 저지른 윤회장(김병기 분)을 옥죌 수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 윤회장은 삼형제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고, 복태 역시 이 추악한 악행에 연루돼 있다.

아직 삼형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를뿐더러 복태와 윤회장의 천인공노할 사건의 진실의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지난 5회 동안 이 같은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쌓였고, 왜 삼형제가 비극적인 운명에 놓인 것인지를 풀어놨다. 그리고 6회에 영달이 동수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안타까운 비극을 예고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삼형제를 둘러싼 갈등 구도가 시작됐다면, 삼각관계 분위기 역시 짙어졌다. 영달과 양하는 오정희(백진희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태. 정희는 재벌 아들인 양하의 호감을 거절하고, 영달에게 조금 더 마음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향후 영달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둘째와 셋째 형제가 삼각관계에 놓였다면 동수 역시 신혜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이 예고돼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동수가 자신을 키워준 신혜 아버지(강신일 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외면했던 상태. 신혜가 검사인 남편 현필상(장동직 분)과 별거 중이지만 필상이 동수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6회에서 담기며 이 세 사람 관계도 얽히고설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했다.
삼형제의 안타까운 갈등과 두 축의 삼각관계가 6회를 기점으로 수면 위에 오른 것. 이 같은 갈등의 본격화는 ‘트라이앵글’이라는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일단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의 무게를 잡고 있는 이범수, '순정 양아치'로 아이돌 연기의 틀을 깬 김재중, 속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임시완 등 삼형제를 연기하는 배우는 물론이고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백진희,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병옥,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를 하는 홍석천과 이윤미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튀는 대목이 없다. 그만큼 캐릭터는 살아 있고, 배우들은 호연 중이다.
이제 남은 것은 초반 다소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 다행히도 6회는 인물 소개가 마무리되면서 정돈된 가운데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워낙 얽히고설킨 인물관계를 설명하느라 5회를 할애한 까닭에 다소 장황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 드라마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인물들의 잔인한 운명과 명확한 선악구도는 ‘허준’, ‘올인’, ‘빛과 그림자’를 성공시킨 최완규 작가의 특기.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최 작가의 단단하고 힘이 있는 통속극의 힘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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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