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하던' 송새벽, 그가 '나쁜 놈'이 된 이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5.21 07: 50

웃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속 안에 무시무시한 모습이 들어있었나 보다. 정주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도희야'에서 용하 역을 맡은 배우 송새벽은 극 중 딸 도희(김새론 분)를 학대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때리고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권력자 노릇을 한다. 말 그대로 아주 '나쁜 놈'이다.
극 중 이미지가 너무 강해 실제로도 무섭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를 기다리던 찰나, 칸의 해변이 떠나갈 듯 "안녕하세요"라며 우렁차게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걱정은 사르르 녹아내렸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정말 좋으시다며 인사를 건네자 쑥스럽게 "감사합니다" 웃는 모습은 또 하나의 반전.
너무나 강한 이미지 탓에 본인 자신도 이번 영화 출연을 걱정했다고 전한 그는 그럼에도 작품이 정말 좋아 함께 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혹시 그간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싶어 정반대의 캐릭터를 선택한 것 아닐까 하는 추측에는 "저 그렇게 계획적이질 못해요"라며 허허 웃어 보이는 그다.

다음은 송새벽과의 일문일답.
- 칸 영화제를 찾은 소감이 어떤가.
▲ 해외 영화제는 처음인데 좋다. 어제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기자분들도 턱시도 차려입고 예의를 지키며 찍는 모습이 젠틀하고 멋지구나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그야말로 대본이 매우 좋아서 캐릭터에 대한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참여를 하게 됐고 시켜주셔서 감사했다. 진짜 이렇게 큰 영화제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영화제 관계자분들이나 모든 분이 어제 영화 반응을 보니 좋게 보신 눈치더라. 나로서도 큰 영광이었고 잘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게 잘 즐기고 있다.
- 악역으로의 변신, 걱정되지는 않았나.
▲ 연기로 용하 캐릭터에 대한 연민을 찾기가 모호했던 점은 있었다. 너무 사건적으로만 나타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했었는데 감독님하고 용하 캐릭터를 이야기하다가 '용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질문했더니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도희가 크면 용하가 돼 있지 않을까요라고. 그때 찾아갈 수 있는 뭔가가 생겼던 것 같다.
- 김새론을 때리는 장면이 많았다.
▲ 김새론이 하루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거친 신을 찍는 촬영이었는데 찍기 전에 나는 걱정되고 표현이 참 그렇지만 잘 때려야 할 텐데 걱정했는데 새론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저 맞는 연기 잘해요' 이야기를 하더라. 그때 눈물이 핑 돌았다. 대단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구나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내가 더 마음이 아팠고 그런 새론 양의 마인드 때문에 촬영이 좀 더 매끄럽게 찍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 너무 리얼한 연기, 혹시 실제 경험이 바탕은 아닌지.
▲ 어릴 때 내성적이었던 친구였다(웃음). 잘 놀지도 않았던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 나는 단순하다. 계획적이질 못하다. 매번 '이 시나리오 재밌다' 생각하면서 그렇게 해 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분이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면 '내가 이렇게 해왔구나' 멀찌감치 보게 되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봐야겠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다. 작품이 훌륭했기 때문에 끌려서 했던 것 같다. 코믹한 이미지를 벗는 것에 대해 나도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성도 있는 것 같다.
-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걱정되지는 않았나.
▲ 시나리오 읽을 때 쉽고 명확하게 묘사가 돼 있는 부분이 마치 콘티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누가 읽어도 쉽고 명확했다. 그래서 자기만의 상상을 하면서 편안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읽고 나서 감독님이 궁금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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