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대역전승을 놓쳤다. LG는 20일 광주 KIA전에서 6회초 연속 대타 성공과 7회초 정성훈의 투런포로 5점차를 뒤집었다. 그러나 7회말 곧바로 리드를 빼앗기며 결국 7-10로 패했다.
여러모로 7회말 불펜 운용이 아쉬웠다. LG 양상문 감독이 다짐했던 ‘독한 야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KIA에 끌려가던 6회초 연속 대타로 승부수를 걸었던 모습, 7회초 정성훈의 홈런 때 표정 변화 없이 강상수 투수코치와 이야기했던 것까지만 독해보였다. 막상 리드를 잡고난 후 투수교체 실패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를 잃고 말았다.
양 감독은 7회말 김선규를 마운드에 올려 KIA 클린업을 상대했다. 김선규가 브렛 필을 유격수 땅볼로 잡을 때까지는 ‘신의 한 수’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김선규는 곧바로 나지완과 신종길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맞았다. 김선규 카드가 반전 없이 실패한 순간이었다. 김선규는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5.06으로 부진했다. 필승조보다는 추격조에 가까운 투수다. 이날처럼 팀이 근소하게 리드할 때 마운드에 오른 적도 있는데 결과가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가 많았다.

김선규의 뒤를 이어 필승조에 해당하는 유원상이 마운드에 올랐다. 유원상은 앞서 만루홈런을 친 이범호를 1루 플라이로 잡아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남겨뒀다. 이 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유원상은 2사 만루서 대타 이종환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물론 현장만큼 투수교체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불펜진에 예상치 못했던 부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투수마다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워밍업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7회초 정성훈의 역전 홈런이 터졌을 때 2아웃이었다. 이어 이병규(7번)가 6구 볼넷으로 출루했고, 윤요섭이 초구에 2루 직선타를 치면서 7회초가 끝났다. 시간적으로 이미 몸을 풀어 놓은 투수 외에 다른 투수가 7회말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오르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김선규를 유원상으로 바꾼 타이밍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선규는 필과 5구 승부, 다음 타자 나지완과는 4구 승부를 펼쳤다. 최소 나지완에게 안타를 맞은 후 다음 타자 신종길과 상대할 때는 교체를 지시할 만 했다. 신종길이 좌타자고 김선규가 사이드암투수인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신종길에 맞춰 유원상을 투입하던지, 좌투수 신재웅이나 윤지웅을 넣었다면 설령 역전을 당했다고 해도 후회는 덜했을 것이다.
양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일주일, 겨우 네 번째 경기인 만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선수단 전체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점검 차원에서 김선규를 길게 끌고 가려했을 수도 있다. 김선규는 불펜 연습투구와 실전 투구의 차이가 큰 편이다. 평소 연습과 불펜에서 던지는 모습을 기준 삼아 김선규가 1점차 리드를 지켜줄 것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양 감독은 이날 경기를 패한 후 “타자에 맞춰 투수를 기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도 없이 시즌 도중, 그것도 최하위로 쳐진 팀을 맡았다. 감독직은 2005시즌 이후 9년만, 코치로 덕아웃에 있었던 것도 2010시즌 이후 4년만이다. 그야말로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사령탑에 올랐다. 그래도 양 감독은 이미 지난 13일과 14일 잠실 롯데전에서 칼 같은 투수교체로 2연승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독한 야구’가 LG의 올 시즌 첫 연승으로 이어졌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야구를 잘하는 팀도 한 시즌에 50경기는 패한다. 큰 점수차로 끌려가고 있는데도 매번 전력을 다하는 것은 어리석다. 하지만 승리가 다가오면 최선을 다해 잡아야한다. 더군다나 지금의 LG는 패가 쌓일수록 시즌 종료일에 가까워진다. 선수들로 하여금 희망을 잃지 않게 하려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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