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재원, 4할은 언제까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21 06: 05

타율 4할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 됐다. 미국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타율 4할6리를 기록한 이후 누구도 밟지못한 경지가 됐고,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80경기를 뛰며 기록한 4할1푼2리가 마지막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는 아예 한 명도 4할 타율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들이 난무했다. 다양한 변화구가 개발되고 투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속도에 비해 타자들의 기술발전 속도가 늦었다는 설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증명된 것은 없다.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야구 광팬이기도 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엉뚱한 가설을 제시했는데, 야구가 발전하면서 타자들의 기량차가 줄어든 게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선수 기량의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표준편차도 작아졌고, 4할을 넘는 고타율이나 2할도 안 되는 저타율을 기록하는 선수가 나올 확률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가설이다. 한국에서는 이 가설에 아이디어를 얻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야구팬들이 공동으로 연구에 착수, 논문까지 발표했는데 이 과정을 담은 책이 바로 '백인천 프로젝트'다.

시즌이 시작되면 높은 타율을 유지하는 선수가 반드시 한 명쯤은 있다. 올해도 타율 4할을 고수하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26)이다. 함께 4할을 유지했던 경쟁자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원은 21일 현재 타율 4할3푼3리(120타수 52안타)를 기록 중이다.
과연 이재원의 4할 기록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혹시 시즌 끝까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는 않을까. 이재원은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며 4할 타율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재원의 말은 지난 31년의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증명한다. 백인천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31년 동안 4할 타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늦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한 선수는 이종범, 그는 1994년 팀이 104경기를 치를 때까지 타율 4할을 유지했지만 결국 3할9푼3리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그가 기록한 196안타는 여전히 단일시즌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있다. 2012년에는 김태균이 89경기동안 4할 타율을 넘겼지만 결국 '마의 8월'을 넘기지 못했다.
4할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원의 페이스는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좋은 편이다. 현재 SK가 39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재원은 타율 4할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는 팀 경기수 기준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4할 타율에 도전했던 도전자들 가운데 12명은 그 해 타격왕까지 품에 안았다.
전문가들은 "날이 더워지는 여름부터가 진짜 승부"라고 입을 모은다. 풀타임 출장 경험이 없는 이재원이기에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팀 동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현재 SK는 이재원을 제외하고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못하다. 이재원에게 집중견제가 들어갈 만하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재원의 행진에 관심이 쏠린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