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과 그의 배우자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다시 한 번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지난해 서대문구청에 제출한 혼인신고서가 불수리 되자 이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것. 두 사람은 이번 소송의 의미를 한 동성애 커플의 '혼인 신고 수리'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무시되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인권 문제'로 확대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동성 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을 한다고 할 때부터 우리 결혼이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정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혼인신고) 수리가 안 됐을 때 기분이 좋진 않았다. 예상 됐던 안 좋은 수순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낙담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혐오하는 댓글이 많고 불수리 소송에서도 질 가능성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줄 수 있다"며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 계속적으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여러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 "소송이 단순히 동성애자의 혼인신고 받아 들이냐 말 것이냐를 갖고 논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인신고를 받지 않는 이유는 민법에 (동성결혼이)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왜 그런 것에 대해 논의 없었을까'에 대해 논의 해야한다. 동성애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처한 현실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결혼이란 삶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이번 소송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배우자의 발언에 이어 김승환 대표 역시 "당연히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두렵지 않은 이유는 미국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동성애 혐오 세력 결집했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이 힘을 얻은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동성애에 대해 근거없이 혐오하는 발언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도 많이 변했고 젊은 세대들이 변했다.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계속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정말 행복하게 살면 될 것 같다"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김승환 대표는 이처럼 결혼식과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과정 등을 대중에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그는 이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꿈을 꾸고 연락이 와서였다. 불복 됐을 때 그 이후 어떤 법적 투쟁 거쳐 나갈지 성소수자 커플들이 많이 관심을 보였다"며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다양한 가족구성권에 대해 법적 보장, 제도화가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악성 댓글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며 '쿨'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에 소송을 걸고 싶지 않다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혐오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안타깝고 빨리 상식을 가지고 혐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김승환 대표는 "댓글 다는 분 중에서 우리 기사를 제대로 읽고 쓰는 분이 없다. 대부분 '부모님께 불효한다',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는다'고 하시는데 우린 양가 부모님이 모두 (우리 관계를) 알고 매우 사랑해주신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아시고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반대도 의견이다. 그런데 그 의견이 관철되려면 근거가 있고 그 근거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지난해 9월 청계천 광통교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같은 해 12월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하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를 촉구했으나 구청에서 “동성 혼인은 허용 법률이 없다”며 이를 불수리했다. 이에 불복하는 두 사람은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곽이경 동성애자 인권연대,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 하승수 녹생당 운영위원장,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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