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프로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식어다. 부상을 안고 있어도 경기 출장을 강행하는 '프로 정신' 투철한 선수들을 치켜세워주는 의미다.
그러나 야구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128경기 장기 레이스가 벌어진다. 눈앞의 1승도 중요하지만 길게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도 필요하다. 외국인선수들은 몸이 안 좋을 때 무조건 쉰다. 그것이 프로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한화 선수들을 보면 부상 투혼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상으로 인해 100% 실력과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은 시즌 초반부터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달 8~10일 마산 원정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봉와직염이 왔고, 22일에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강속구에 왼손을 맞기도 했다. 이후 그는 2경기만 결장했을 뿐 계속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스스로도 "몸 상태가 안 좋다. 언제 100% 될지 모르겠다"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다 20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3회 수비에서 포수 김민수 원바운드 송구에 턱을 강타당하는 불운까지 겪었다. 한동안 자리에서 쓰러져 통증을 호소한 김태균은 3회 수비를 마친 뒤 4회 타석까지 소화하고서야 교체됐다.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한숨 돌렸지만 그래도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닌 건 변함없다.
김태균 뿐만이 아니다. 이용규는 지난해 9월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을 받아 여전히 송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막 때부터 줄곧 지명타자로 뛰며 2경기 빼고 모두 출장하고 있지만, 수비 복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기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어 회복 속도가 늦어졌다. 이용규 본인도 "수비를 해야 야구가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의지가 가득하지만 따라주지 않는 몸 상태로 인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같은 시기 오른쪽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재활한 최진행 역시 1~2군을 오르 내리고 있다. 그 역시 개막 때부터 합류했으나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다. 무릎 통증을 안고 있어 전력 질주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다 통증이 재발했다. 1군에서 계속 쓰는 것도 아니고, 2군에서 꾸준히 몸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 애꿎은 시간만 흘러간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근우도 몸 상태가 안 좋다.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 때문. 지난주부터 통증이 이어졌는데 그는 올해 1경기도 빠짐없이 36경기 전경기 출장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비중이 큰 정근우는 좀처럼 교체되는 일도 없다. 나이도 30대를 넘어선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부상 중에도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는 그는 최근 타격감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만능 유틸' 한상훈과 이대수라는 대체 요원이 있어 충분히 휴식을 가질 수 있지만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즌의 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기에 장기 레이스를 고려할 때 적절한 관리와 융통성있는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균·정근우·이용규·최진행 모두 한화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최상의 컨디션이 될 때 한화도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 때로는 적절히 쉬어가는 것이 큰 전진이 될 수 있다. 부상 투혼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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