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파주의 하늘에 충성 구호가 두 번 울려퍼졌다. 포토데이 행사에 나선 현역 '병장' 이근호(29, 상주 상무)가 유니폼을 입고 충성을 외쳤고, 이날 파주를 찾은 '진짜 사나이' 샘 해밍턴이 이근호를 보고 또다시 충성을 외쳤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 입고 나설 유니폼 차림으로 포토데이 행사를 가졌다. 정성룡부터 홍명보 감독까지, 홍명보호의 전원이 푸른 그라운드 위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카메라 앞에 섰다. 오는 6월 병장으로 진급하는 이근호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을 외쳐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특색을 자랑했다.

촬영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한국축구 초중고리그 홍보대사인 샘 해밍턴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응원해주세요, 미래의 국가대표 초중고 축구리그'라는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해밍턴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대표팀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선물로 보이는 커다란 상자가 들려있었다.
상자의 정체는 포토데이가 모두 끝난 후 밝혀졌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케이크였다. 해밍턴의 아내 정유미씨가 직접 만든 이 케이크에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브라질월드컵 엠블럼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홍 감독에게 케이크를 전달한 해밍턴은 이후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등과 함께 기념촬영 시간을 가졌다. 이근호 역시 기념촬영에 함께했다.

이근호가 촬영을 위해 다가오자 해밍턴은 주저없이 거수경례로 "충성"을 외쳤다. 군대 체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로 유명세를 얻은 해밍턴은 아직 상병으로, 곧 병장 진급을 하는 이근호에게 후임으로서의 깍듯한(?) 예를 지킨 셈이다.
해밍턴은 "한국은 빠르고 팀워크가 좋다. 포기하지 않는 점이 한국의 강점이라 생각한다"며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표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호주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예상 성적에 대해 묻자 "죽음의 조이기 때문에 16강에 진출하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한국과 호주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다면 어느 팀을 응원하겠냐는 질문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무승부가 나을 것"이라고 두 나라 모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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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