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기인 체인지업이 통타당하자 답답한 양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학(24, NC)이 어려운 경기를 펼친 끝에 조기강판의 수모를 맛봤다. 단순한 한 경기 부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향후 보완점을 뚜렷하게 남긴 한 판이기도 했다.
이재학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고작 1이닝을 던진 끝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에만 28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4실점했다. 보통 상황이라면 더 던졌겠지만 22일까지 경기를 치르면 4일 휴식이 있는 NC의 여유를 생각해 김경문 감독은 과감히 이재학의 교체를 결정했다. 1이닝은 당연히 올 시즌 이재학의 최소 이닝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잘 던지고 있었던 이재학이었다. 그러나 최근 2경기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것이 일말의 불안감이었다. 10일 롯데전에서는 5이닝 2실점했다. 투구수가 많아 퀄리티 스타트 고지 등정에 실패했다.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4⅔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 상황을 감안한 듯 김경문 감독은 “4일 쉰 뒤 나오는 만큼 이재학이 오늘 5이닝만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라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학은 그 바람에도 미치지 못했다. 1회에만 4실점했다. 전반적으로 공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역시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공략당한 것이 뼈아팠다. 통산 SK를 상대로도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선보였던 이재학이지만 이날은 체인지업을 단단히 벼르고 나온 SK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선두 조동화에게 2루타, 임훈에게 희생번트를 내준 이재학은 스캇에게 큼지막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스캇이 체인지업을 비교적 정확한 타이밍에 맞혀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2사 후 이재원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는데 이 역시 체인지업이었다. 밋밋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리그 수위 타자인 이재원의 고감도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김강민과도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못하며 볼넷을 내준 이재학은 나주환 박정권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두 선수도 모두 체인지업을 공략해 안타를 만들어냈다. 전반적으로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체인지업마저 높게 떨어지다 보니 SK 타자들이 좋은 스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잔뜩 노리고 들어와도 치기 어려운 이재학의 체인지업이지만 제구가 되지 않은 체인지업은 가장 치기 좋은 공이기도 했다.
이재학은 전형적인 직구-체인지업의 투피치 투수다. 다른 변화구를 던질 수는 있지만 실전에서 많은 비율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체인지업의 위력이 워낙 뛰어나 지난해와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이런 투피치 유형의 투구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한 판이었다. 이재학이 휴식일 후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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