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라인업 묘수, 천적 이재학 쓰러뜨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1 21: 40

“오늘은 필승 오더를 짜서 나왔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성준 SK 수석코치는 취재진을 향해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타순의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였다. 그 타순은 이만수 감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큰 폭으로 바뀐 라인업.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타순 변화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선발 조조 레이예스의 호투와 고르게 터진 타선의 힘을 앞세워 10-2로 이겼다. 레이예스는 6회까지 1실점으로 버티며 NC 타선의 예봉을 눌렀고 그 사이 타선은 6회까지만 9점을 내며 일찌감치 승리의 기운을 만들었다. 레이예스의 호투도 호투였지만 레이예스의 심리적 안정을 도운 타선이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공교롭게도 많은 것이 바뀐 타순이 힘을 냈다. SK는 최근 최정의 부상,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타격감 저하로 타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테이블세터로 나서는 김강민 조동화, 그리고 리그 수위 타자인 이재원을 제외하면 감이 좋은 선수들이 없었다. 이런 답답한 양상에서 SK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이만수 감독이 코칭스태프에게 라인업을 짜보라고 지시했고 성준 수석코치와 김경기 타격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고심 끝에 라인업 카드를 내밀었다.
골자는 가장 잘 맞는 선수들을 중심타선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SK는 최근 이재원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5·6번 타순에서 해결을 하지 못해 득점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5번 타순이 부진해 4번 스캇을 피해가는 전략 탓에 스캇 또한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SK는 스캇-이재원의 3·4번 전략으로 스캇을 피해가지 못하게끔 하는 동시에 요새 가장 뜨거운 선수였던 리드오프 김강민을 5번으로 배치해 중심타선 폭발력의 극대화를 택했다.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조동화 임훈이라는 역시 타격감이 비교적 좋은 선수들이 테이블세터에 위치하며 활발하게 출루했고 중심타선은 밥상을 엎지 않았다. 1회 1사 3루에서 스캇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낸 SK는 이재원의 안타, 김강민의 볼넷으로 다시 기회를 만들었고 나주환 박정권이 연속 적시타를 때리며 1회에만 4점을 냈다. 이는 SK를 상대로 통산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군림하던 이재학을 조기에 무너뜨리는 결과로 돌아왔다.
2회에는 1사 후 조동화 임훈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스캇이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냈다. 이재원이 뒤에 버티고 있어 마냥 스캇을 피해가기 어려웠던 점이 마운드의 이민호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한 번 올라온 기세는 계속 이어졌다. 3회에는 7번 타순에 위치해 한결 편하게 타석이 들어선 박정권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미 첫 두 타석에서 2타점을 수확하고 마음의 짐을 던 스캇도 6회 역시 중월 솔로홈런을 날리며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결국 이날 SK 타선은 연쇄폭발하며 모습을 보여주며 모처럼 편안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조동화 임훈 스캇 이재원 박정권이 모두 멀티히트를 때렸고 득점권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SK 타선이 다음 경기에는 어떤 라인업을 들고 나올지 또한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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