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맹활약’ 박정권, 부진 탈출 서곡 알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1 21: 40

박정권(33, SK)은 경기 전 굳은 표정이었다. 최근 타격 부진에 대한 고민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하지만 반등의 계기를 찾는 하루를 보냈다. 박정권이 살아나자 SK도 살아났다. 박정권의 존재가치를 일깨우는 한 판이었다.
박정권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선발 7번 1루수로 출장해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정권이지만 이날 활약을 통해 반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1회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선발 이재학을 무너뜨리는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감을 조율했다. 이재학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비교적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 당겼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3회에는 NC 두 번째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빠른 직구를 걷어 올려 비거리 130m짜리 대형홈런을 만들어냈다.

이후 박정권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쳐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박정권의 3안타 경기는 지난 4월 19일 문학 KIA전 이후 처음이다. 타격 부진으로 이날 7번까지 타순이 내려간 박정권이었지만 한결 부담을 덜고 가벼운 스윙을 선보이며 향후 기대치를 높였다.
활약은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맹활약했다. 6회 수비는 레이예스의 대량실점 위기를 벗는 결정적인 ‘더 캐치’였다. 6회 1사 2루에서 나성범의 타구를 잘 잡아 1루에 다이빙 캐치로 글러브를 갖다 대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던 박정권은 이것이 세이프로 판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테임즈의 우전안타성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최소 2점을 버는 수비였다. 포구에 있어서는 리그 최고의 1루 수비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박정권의 진가가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박정권은 경기 후 "개인적으로나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라고 최근 부진 원인을 돌아본 뒤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각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 같았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정권은 SK에서 가치가 큰 선수다. 부동의 1루수이자 중심타선에 위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왼손 타자이기도 하다. 박정권이 부진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SK 벤치가 쉽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박정권이 부진 탈출의 서곡을 써내려감에 따라 SK도 향후 타순을 구상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