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보다 비난 앞서 아쉬웠던 '칸투 논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5.22 06: 58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는 SNS 사용 실수로 생긴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지난 21일 잠실구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칸투는 “SNS에서 생각지 못하게 실수를 한 것이 발단인데, 리트윗(RT)은 개인의 의견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무시했던 말도 리트윗했던 경험이 있다. 일이 커진 것에 대해서 양해를 부탁드린다. 부주의했다는 점은 100%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팬,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구단에 깊은 사과를 전한다.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도와줬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미안하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실수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매우 화가 난다”며 사과를 하는 동시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한국에서 뛰는 칸투는 리트윗을 하기에 앞서 불편할지 모를 한국 팬들을 헤아렸어야 했고, 팬들은 비난에 앞서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국과 인연이 없던 선수가 자라온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라도 필요했다. 양측 모두 서로를 위한 노력이 조금씩은 부족했다.
다만 칸투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는데, 그것은 가족에 대한 공격이었다. 칸투는 “아내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며 슬퍼했다. 과거 미국에서 당했던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 차마 꺼낼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겪었기 때문에 말하는 것조차 싫다”고 했던 칸투이기에 인종차별주의자로 오해를 받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미치는 것을 심히 염려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칸투가 자란 문화적 배경은 고려되지 않았다. 칸투는 “멕시코의 유머는 다른 곳의 유머와 다른 점이 많다. 멕시코인들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농담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칸투 가족을 향한 비난 속에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들어있지 않았다.
칸투의 말에 따르면 두산 동료들은 칸투를 ‘미친 멕시코인’, ‘타코’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타코는 대표적인 멕시코 음식인데,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이 연상된다. 마치 해외 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가 팀 동료들 사이에서 ‘김치’, '불고기'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칸투는 자신의 말대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농담도 서로 건네는 멕시코의 문화적 배경 아래 성장했기에 ‘타코’라는 동료들의 말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랬기에 비슷한 생김새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들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진을 리트윗 한 것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칸투의 행동이 부주의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멕시코계 미국인인 칸투가 한국에 오기 전 30년 이상 지니고 살았던 문화적 배경이 완전히 무시됐다는 점은 칸투를 비난했던 사람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멕시코 문화와 유머의 특성까지 파악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제로 그랬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은 어떤 관계에서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은 외부의 문화와 이방인을 대하는 우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며, 반드시 야구라는 테두리에 묶여야만 하는 사안도 아니다. 칸투는 ‘개인’이었지만, 칸투를 공격한 것은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집단’이었다는 점에서 돌아보고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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