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사랑한 만큼 상심이 크다. 바라만 봐도 설레는 연애가 시작됐지만, 진범 찾기에 나선 여검사는 눈물마를 날이 없다. 연인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계획범죄에 자신의 아버지가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극본 유현미 극본, 연출 홍석구 이진서) 11회에는 연인 도윤(김강우 분)의 아버지와 여동생의 목숨을 앗아간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이레(이시영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이레는 도윤이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며 날을 세웠다. 이에 도윤은 거짓 눈물연기로 이레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이레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도윤을 안타까워하며, 이들을 죽인 범인을 꼭 찾겠다고 정의감을 불태웠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죽은 강하윤(서민지 분)의 스폰서 문재호가 법무법인 신명의 해외 VIP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의 방해로 계좌추적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에 이레는 강주완(이대연 분) 사건에 증거를 조작한 비리형사 곽대수(조덕현 분) 취조에 총력을 기울이려 했다. 그러나 이때 들이닥친 도윤은 곽대수가 박희서(김규철 분)의 사주를 받았다고 폭로해 이레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레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에 “박희서 변호사님이란 증거도 없는 거잖아”라고 부정했다.
그러자 도윤은 “내가 언제부터 우리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는줄 알아?”라고 반문하며 면회 중 만난 아버지 손바닥에 신명 박희서의 이름이 써 있다고 고백했다. 이레는 자신의 아버지와 가장 친한 박희서가 잔혹한 범죄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했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았던 박희서의 행적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결국 만취한 이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자신에게 다정했던 아저씨 박희서의 모습을 회상했다. 늘 의지하고 믿었던 아저씨의 두 얼굴에 상처가 역력한 모습. 특히 이레는 박희서와 자신의 아버지가 남다른 친분을 맺고 있음을 고려, “근데 아빠는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신거지. 진짜 우리 아빠는 아닌 거지”라고 독백하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이레가 너무도 사랑하는 아버지 서동하(정보석 분)는 누구보다 잔인하고 섬뜩한 인물로, 이레가 쫓고 있는 문재호 계좌의 진짜 주인이다. 즉 이대로라면 이레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버지를 감옥에 넣어야하는 비극을 맞게 되는 것. 여기에 믿고 의지하는 연인마저 복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셈이니 이레의 처지만 놓고 본다면 여러모로 안타까운 캐릭터다.
극 중 서이레를 연기하는 이시영은 정의와 자신감 넘치는 여검사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단호한 말투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범죄자를 압도, 그러면서 점점 수면위로 드러나는 진범의 실체에 불안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진범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무너질 이시영의 연기는 김강우의 짜릿한 복수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시청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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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