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28, 전북 현대)의 페널티킥 실패에 선수 본인보다 동료들이 더욱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혁이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정혁은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현대자동차 초청 친선경기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와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은 정혁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소화하며 전북의 2-0 완승을 도왔다.
정혁의 수비 가담과 공격 전개 능력은 전북에 큰 힘이 됐다. 게다가 틈만 생기면 시도하는 중거리 슈팅은 리옹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전북은 정혁의 중거리슛 능력을 100% 이상 활용해 다양한 공격 루트가 더욱 탄력을 받게 만들었다.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득점 기회에서 실패한 것. 후반 34분 페널티킥을 잡은 정혁은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혁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이어진 2차 슈팅도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승부에 영향은 끼치지 못했지만 정혁으로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혁보다 더 아쉬워한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동료들. 사실 이날 페널티킥은 정혁이 아닌 전문 키커 카이오의 몫이었다. 그러나 카이오는 자신에게 온 득점 기회를 망설이지 않고 정혁에게 양보했다. 21일이 정혁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정혁의 생일을 인지하고 있던 카이오는 정혁에게 페널티킥을 차라고 양보했다. 코칭 스태프들이 따로 주문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정혁은 카이오의 뜻을 아는 만큼 자신있게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행운이 따르지 않았고 득점에 실패했다.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정혁의 득점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 있던 동료들은 아쉬움의 한숨을 쉬었다. 정혁이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 소위 '생일빵(생일날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때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던 동료들로서는 김이 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혁의 페널티킥 실패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동료는 없었다. 동료들이 하려던 '생일빵'은 그저 정혁의 생일을 축하하는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혁은 이날 좋은 경기력으로 리옹 선수들을 잘 봉쇄했다. 단지 1만 7812명의 관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정혁을 축하하는 계획을 세웠던 동료들로서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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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