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야, 가자!".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뿔났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6회말 2사 2루에서 윤석민의 3루 베이스를 넘어 파울라인으로 벗어난 타구가 페어로 판정되자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격하게 어필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철수를 명했고, 그러자 심판진도 경기 지연을 이유로 퇴장 조치했다. 김 감독은 어필 중 코치들을 향해"야야야, 가자"라고 말할 정도로 크게 분노한 모습이었다.
김응룡 감독의 퇴장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21번째 감독 퇴장으로 개인적으로 해태 시절 5차례에 이어 6번째였다. 특히 지난 1999년 4월30일 잠실 LG전 이후 15년20일만의 퇴장이 됐는데 일수로는 무려 5500일만의 퇴장이었다. 삼성 시절 4년간 퇴장이 없었던 김 감독이지만, 한화에서 2년 만에 첫 퇴장 기록을 남겼다.

김 감독은 지난해 현장으로 복귀한 이후 될 수 있으면 판정 어필을 자제했다. 사실 삼성 시절에도 퇴장은 없었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덕아웃에서 분을 이기지 못해 성질내고 그랬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하다. 가족들도 퇴장 좀 당하지 말라고 하더라. 퇴장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야구 최고령 사령탑으로 체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판과 상대 감독·코치들 모두 제자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다 제자 뻘되는 심판들인데 싸우기가 그렇지 않은가. 될 수 있으면 어필을 하지 않으려 한다. 퇴장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퇴장당하고 그런 건 다 예전 일이다"이라고 말해왔었다.
지난해에도 김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한 것은 5번으로 손꼽을 정도였다. 올해도 퇴장 이전 2번 그라운드로 나왔지만, 간단하게 어필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고령의 노감독이기에 과거 코끼리 같은 덩치로 황소처럼 들이받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었다. 시즌 초부터 반복되는 오심에 김 감독은 "심판들이 봉사인가 보다"며 강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홈 플레이트를 밟지도 않은 주자가 득점으로 인정돼 추가점을 줄 때에도 김 감독은 애써 참았지만 이튿날의 애매한 판정에는 결국 폭발했다.
김 감독은 "될 수 있으면 많이 자중하려 하는데 어제는 정말로 못 참겠더라. 홧병이 난다. 작년부터 계속 참았다. 항의하러 나가면 퇴장될 것 같아서 자중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 그저께(20일)도 내가 항의하러 안 나갔잖아. 그날은 참았는데 어제는 정말…"이라며 "아웃-세이프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크-볼도 일관성이 없다. 어제 (9회) 고동진도 세이프인데 아웃으로 판정하더라. 미치겠다. 이제는 맨날 나가서 싸워야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또 하나는 팀 분위기 반전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화는 22일 현재 14승22패1무 승률 3할8푼9리로 8위에 처져있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4강 싸움이 힘들어진다. 팀 분위기 반전 계기가 필요했고, 김 감독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감독의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이날 한화는 넥센의 추격을 따돌리고 9-7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김태균은 "감독님의 퇴장으로 더욱 이기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글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거는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도 "의도한 건 아니다. 순간적으로 참다 참다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내가 너무 어필 안 한다고 뒤에서 불만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내가 나가면 불상사가 일어나니까 참은 것인데 어제는 못 참겠더라. 앞으로도 퇴장당할 각오로 할 것이다. 이제 확실한 오심이 나오면 또 퇴장당할 각오로 붙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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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