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하지 않는 우규민, 이제는 LG 선발진 기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5.22 06: 09

“오늘 올린 10승은 장기적으로 보면 1승이라고 생각하겠다. 선발투수로 이제 겨우 출발점을 찍은 것 같다.”
지난해 9월 14일 LG 사이드암투수 우규민(29)은 7경기·약 40일 동안 시달렸던 아홉수를 극복하고 시즌 10승을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향한 첫 시즌부터 두 자릿수 승 고지를 밟은 것이다. 우규민이 선발투수로 성공하면서 LG는 2013시즌 최대 불안요소였던 토종 선발진이 대반전, 마침내 포스트시즌에 닿았다.
이렇게 2013시즌은 우규민 자신은 물론, 팀 전체적으로도 축배를 들을만한 한 해였다. 하지만 지난겨울 우규민은 10승 성공 후 다짐을 잊지 않았다. 12월 사이판으로 떠나 서둘러 몸을 만들었고, 스프링캠프에선 머릿속에 넣어뒀던 것들을 하나씩 꺼냈다. 1선발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가 캠프 도중 부상이 발견 돼 팀을 이탈했고, 류제국이 개막전에 컨디션을 맞추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우규민은 굳건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우규민은 “겨울을 알차게 보내서 그런지 정말 몸 상태가 좋다. 이렇게 좋은 컨디션에서 시즌을 맞이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특별한 목표는 없다. 다만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싶다. 꾸준히 선발 등판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LG 선발투수 중 우규민 홀로 2014시즌 시작부터 호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자연히 선발투수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경기(9경기)에 나섰고 가장 많은 이닝(48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첫 경기 타구에 다리를 맞는 예상치 못한 부상·호투 후 불펜난조 등의 불운을 겪었다. 개막한지 한 달이 넘도록 선발승 없이 2패만 기록했다. 그러나 우규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서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1일 광주 KIA전까지 3연승을 질주 중이다.
우규민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신에게 냉정했고, 안주하지 않았다. 구속을 끌어올리지 않고도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우규민은 “어릴 적부터 공은 빠르지 않아도 투구 밸런스는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타자들로부터 타이밍을 빼앗는 방법을 생각했고, 경찰청을 거치며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고 자신의 투구철학을 이야기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경찰청서 우규민은 선발투수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2007시즌 마무리투수로 세이브 30개를 달성했음에도 경찰청 생활을 기회로 삼아 역시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꾀했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으로부터 투구 모션에 미세한 변화를 줘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흔드는 것을 배웠다. 지금은 결정구가 된 체인지업도 경찰청 시절 연마했다. 2013시즌 우규민의 10승은 그냥 나온 결과물이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팔각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단 한 차례 마치 스리쿼터처럼 릴리스 포인트를 위로 올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적이 있다. 올해는 스리쿼터 투구의 빈도를 상당히 높였다. 마치 임창용처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 스리쿼터로 패스트볼을 던지곤 한다. 우규민은 “상대 타자 머릿속에 하나라도 더 심어놓으면 그만큼 내가 유리해진다”고 스리쿼터 투구의 의도를 밝혔다. 우규민은 21일 6이닝 무실점으로 영봉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기서도 이따금씩 스리쿼터로 투구, KIA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편 우규민의 프로의식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드러난다. 원정에 떠날 때면 후배들로부터 ‘룸메이트가 되고 싶은 선배’ 일 순위에 꼽힌다. 우규민은 “2004년 처음으로 1군에 올라오고 나서 거의 5, 6년 동안 막내였다. 그야말로 매년 내가 물당번이었다”고 과거를 돌아보며 “그만큼 후배들의 고충을 잘 아는 편인 것도 같다. 후배들에게 마냥 엄격한 선배가 되기보다는 편한 선배가 되려고 한다”고 말한다. 어느덧 11년차 베테랑인 우규민이 고참과 후배들 사이의 가교 역할에도 부단히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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