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가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프로야구 2군 선수가 1군에 콜업되면, 동료들은 이렇게 영원한 작별을 기원한다. 2003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입단한 포수 최경철(34)도 그랬다. 만년 유망주이자 2군 선수였던 최경철은 SK시절 팀의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포수였다. 1군 포수가 부상을 당해 포수진에 구멍이 나면 1군에서 호출을 받았다.
사실 최경철에 대한 평가는 2군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최경철을 지도해본 코치, 최경철과 함께 뛰어본 동료들 모두 최경철이 1군 포수 기량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최경철을 지도한 장광호 LG 배터리 코치는 “경철이와 함께 훈련을 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리그 최고 포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엄청난 플레이가 나오곤 한다. 실전에서 연습할 때 모습 50%만 나와도 대단할 것이다”고 최경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장 코치의 말대로 최경철은 수비에서 상당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도루 저지를 위한 2루 송구만 봐도 자로 잰 듯 정확하다. 수도권 팀의 한 감독은 “최경철이 지닌 최대 강점은 도루 저지 능력이다. 최경철처럼 군더더기 없이 포구부터 2루 송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포수는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최경철은 2013시즌 초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도루저지율 3할1푼을 기록, LG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올 시즌도 초반 부상으로 다소 흔들렸을 뿐, 금방 도루 잡는 포수의 모습을 회복했다. LG 포수진 전체가 부상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최경철이 떠올랐다. 도루저지율 3할8리, 함부로 베이스를 훔치려다가는 의미 없이 아웃카운트 하나만 낭비하게 된다. 특히 최경철은 지난 13일 양상문 감독 부임 후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 중이다. 양 감독 데뷔전에서 2루 베이스를 원천봉쇄했고 결승홈런까지 쳤다.
최근 경기서도 칼 같은 도루 저지는 계속되고 있다. 21일 KIA전에서 3회 대도 이대형의 도루를 잡았고, 2회에는 이종환의 움직임을 읽고 쉽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벌었다. 경기 초반 0-0 팽팽한 흐름에서 KIA는 최경철에게 당하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양 감독은 “지금 최경철이 잘하고 있는 것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그저 이전에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능력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최경철은 스프링캠프 당시 수비 뿐이 아닌 타격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막전 선발 포수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변한 것도 있다. 최경철은 양 감독이 부임하고, 김정민 코치가 1군 배터리코치가 되면서 투수와 호흡을 이전과는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양 감독은 “실수할까봐 두려워 미루지 말고 포수와 투수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밀고나가는 것을 주문 중이다”고 말했다. 투수들에게 몸쪽 공을 요규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승부도 이른 볼카운트서 나온다. 연습 때 나왔던 최고 포수의 모습이 실전서도 하나씩 보인다. 잠재력이 폭발하기에는 다소 늦었을지 몰라도, LG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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