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수 있으면 자중하려 했는데 정말 못 참겠더라. 홧병이 나서".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퇴장당했다. 6회말 2사 2루 윤석민의 3루 베이스 넘어 파울 라인 밖으로 떨어진 타구가 페어 처리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한 김 감독은 선수단 철수를 명하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결국 경기 지연을 이유로 퇴장 조치됐다. 해태 시절이었던 지난 1999년 4월30일 잠실 LG전 이후 15년만의 개인 통산 6번째 퇴장. 김 감독은 왜 퇴장을 당하면서까지 어필을 했을까. 김 감독에게 직접 들어봤다.
- 무려 15년 만에 퇴장을 당했는데.

될 수 있으면 많이 자중하려 하는데 어제는 정말로 못 참겠더라. 홧병이 난다. 작년부터 계속 참았다. 항의하러 나가면 퇴장될 것 같아서 자중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 그저께(20일)도 내가 항의하러 안 나갔잖아. 그날은 참았는데 어제는 정말….
- 선수단을 철수하게 된 이유는? 몰수게임도 생각했었나.
나잇살 먹어서 심판하고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선수들을 철수시켰다. 반성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해달라.
- 퇴장 과정에서 문승훈 심판과는 어떤 말을 나눈 것인가.
문승훈 심판이 '선수들을 불러들였으니까 퇴장시켜야 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작년에 철수하고도 퇴장되지 않은 감독들이 있다. 이런 것도 심판이 일률적으로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 뭐 어쩌겠나. 퇴장하라면 퇴장해야지. (지난해 넥센 염경엽 감독과 KIA 선동렬 감독은 선수단을 철수시키기도 퇴장당하지 않았다.)
- 잇따른 오심 때문에 팬들은 격한 모습에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많다.
나 죽일 놈 안 됐지? 팬들의 생각도 그렇지만 심판이 어디 어제 뿐인가. 아웃-세이프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크-볼도 일관성이 없다. 어제 (9회) 고동진도 세이프인데 아웃으로 판정하더라. 미치겠다. 이제는 맨날 나가서 싸워야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 징계 및 벌금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텐데.
징계를 내리면 어쩔 수 없다. 벌금을 내라면 내야지.
-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또 어필할 것인가.
이제 확실한 오심이 나오면 또 퇴장당할 각오로 붙어야지.
- 이번 퇴장이 선수단에 미칠 자극 효과는 있을까.
글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거는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다.
- 혹시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 퇴장을 의도한 것도 있었나.
의도한 건 아니다. 순간적으로 참다 참다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내가 너무 어필 안 한다고 뒤에서 불만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내가 나가면 불상사가 일어나니까 참은 것인데 어제는 못 참겠더라고. 앞으로도 퇴장당할 각오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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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