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god가 신곡 '미운 오리 새끼'를 발표하고 차트를 휩쓸며 촉발시킨 향수 신드롬이 장기화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돌 반작용이라는 다소 '진부한' 해석부터,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창한 풀이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이 '희한한' 현상을 분석 중이다. '미운 오리 새끼'에 이어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너를 너를 너를'까지 차트 집권이 장기화되자 단순히 '이벤트'로 넘길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 아이돌 음악에 싫증?

이번 대선배들의 돌풍에도 역시 '아이돌 음악에 대한 싫증'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먼저 떠올랐다. 가요계 새로운 현상만 나타나면 아이돌 음악의 반작용이라는 관성적인 풀이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이번 현상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올리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제 아이돌 반작용만으로는 새 현상을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MBC '나는 가수다' 열풍,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신드롬에서 충분히 '아이돌 음악에 대한 피로도'를 풀어낸 바 있는데다, 최근에는 발라드, 댄스 할 것 없이 다양한 음악들이 음원차트를 섭렵하고 있던 중이어서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피로를 느껴 옛 향수를 꺼내들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인피니트의 신곡 '라스트 로미오'도 최근 아이돌 음악의 특성에서는 다소 벗어난, 복고풍의 팝 스타일 곡이라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선전이 단순히 '아이돌 반작용'이라는 해석은 힘을 잃는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한 현실 도피?
지난 4월 터진 세월호 참사가 가요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릴만한 일이었으므로, 이는 무리한 해석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단순한 어쿠스틱 등에로의 장르 변환이 아니라,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아이템이 각광받았다는 점에서 팍팍한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휘성과 플라이투더스카이 모두 R&B 스타인데다, god까지 모두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지만 옛 공식을 충실히 재현한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음원성적이 더 높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핵심은 장르가 아닌, 향수인 것. 휘성은 '미운 오리 새끼'가 발매됐을 당시 "요즘 사람들을 자극시키지 않는 곡이 강세인데, god가 특히 지금의 현실을 잊게 해준 것 같다. 암울한 시기에 현실을 벗어나 추억의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god가 갖고 있는 향도 그대로였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 2030 여심의 자존심
유독 세대교체가 빠른 가요계에 2030 여성들이 반기를 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엑소라는 거대 공룡의 출현 등 최근 가요계는 계속 되는 세대 교체로 더 새로운 것, 더 젊은 것을 찾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2030 여성들이 '옛 오빠'를 열렬히 반기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학창시절을 보낸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은 '미운 오리 새끼'를 듣고, god에 열광했던 파릇파릇한 시절을 회상하는 게 가장 기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콘서트 티켓이 일찍 동난 것도 당시 추억을 재현하자는 열망에서 비롯됐다는 풀이. 2년 전부터 신드롬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열풍의 본격 가요 실천 버전인 셈이다.
현 아이돌도 싫지 않은 현상이다. 수명이 짧은 것으로 풀이되던, 실제로도 수명이 꽤 짧았던 아이돌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 솔로로서 부진하더라도, 그룹이 갖고 있는 브랜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위안도 된다. 이들 선배 가수들에 맞서 다소 외롭게 고군분투 중인 인피니트는 "같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감사드린다. 가수로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신 거니까,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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