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취재석] 웃자고 시작한 일인데 또 한번 죽자고 달려들었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선거 특집은 지난 9년간 많은 미션이 그래왔듯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투표소에는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한걸음에 달려온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연예부 기자들은 한순간에 정치부 기자가 된 것마냥 투표 독려를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숙연한 분위기에 젖어들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떠들썩한 투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 그랬습니다. 이미 지난 18일과 19일 전국 10개 지역, 11개 투표소에서 열렸던 사전 투표에서 8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인 이 선거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이 상황과 대비되게 투표 이유가 너무 사소합니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선출하겠다는 것이죠.


시사평론가 정관용이 ‘무한도전’이 마련한 최종 토론회에서 “이런 선거를 왜 합니까?”라고 되물었던대로 차세대 리더로 선출되면 향후 제작 회의에 참여하고 특집 아이템을 미리 알 수 있는 다소 미약한 특권을 가지게 됩니다. 이마저도 멤버들의 뒤통수를 쳐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는 ‘무한도전’ 제작 논리가 개입되면 차세대 리더의 특권이 무색하게 될 게 뻔합니다.
그러니 사실 차세대 리더가 되는 것은 ‘선택 2014’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기획된 이 특집의 주된 목적이 아닙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획된 까닭에 자연스럽게 투표 독려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투표소에서 스태프는 “6.4 지방선거 투표에도 참여해달라”고 독려했습니다. 정형돈은 “지방 선거에 투표에 참여해달라.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공약을 살피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인지 꼼꼼히 살핀 후 꼭 소중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차세대 리더 선출 과정에서의 웃음기 가득한 상호 비방 끝에는 6.4 지방 선거 투표 독려로 마무리 했습니다.
새벽부터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고, 이번 특집의 의미를 찾겠다며 현장을 찾느라 다소 지친 기자들을 뜨끔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사전에 멤버들의 동선을 비밀리에 부친 까닭에 기자들은 여의도와 동대문을 분주히 오고갔습니다. 하지만 투표 독려는 현장 분위기를 180도 달라지게 했습니다. 치열한 취재 경쟁과 수많은 인파로 인해 “이게 뭐라고...”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기자들까지 투표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화적 흐름에 발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유행을 선도하기도 합니다. 예능적인 즐거움을 안기면서도 시국과 사회 현상에 발빠르게 소통하는 측면으로 세태 풍자를 하는 몇 안 되는 예능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의도를 했든 아니면 우연의 일치든간에 ‘무한도전’은 거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익적인 요소를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이번 ‘선택 2014’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 선출에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며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의 떠들썩하고 웃음기 가득한 선거는 어떤 파급력을 불러일으킬까요. 바쁜 일정에도 투표소를 찾은 열기 그대로, 이 정성 그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에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길 바라는 바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6.4 지방선거는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사전 투표가 진행됩니다. 부재자 투표와 달리 사전 신고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표재민 기자 jmpyo@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