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연속 위닝, 김응룡 퇴장 효과 '반등 조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23 06: 16

이것이 퇴장 효과인가.
한화 김응룡(73) 감독은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6회말 2사 2루 윤석민의 베이스 넘어가 파울 라인 밖으로 벗어난 타구가 페어 판정을 받자 격분했다. 덕아웃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원현식 구심에게 강력하게 어필한 김 감독은 선수단 철수를 명했고, 이 바람에 곧장 퇴장 조치되고 말았다. 해태 시절 5차례 이후 개인 통산 6번째 퇴장으로 1999년 4월30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5년 만이었다.
김 감독의 선수단 철수 강수와 퇴장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한화는 지지 않았다. 4-4 동점을 허용했으나 9회 정범모의 결승 솔로 홈런과 김태균의 쐐기 만루 홈런으로 9-7 승리를 거뒀다. 넥센전 4연패를 끊고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김태균은 "감독님이 퇴장까지 당하셔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22일 넥센전에서도 한화는 시즌 최다 20안타를 폭발시키며 16-3으로 대승했다. 시즌 첫 2연속 위닝시리즈.

김 감독의 퇴장은 이 같은 노림수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 감독의 첫 퇴장은 해태 사령탑 첫 해였던 1983년 5월12일 인천 삼미전. 심판에 모욕적인 언행을 이유로 퇴장됐는데 해태는 이날 패배 포함 향후 10경기에서 4승6패를 기록했다. 당장 반전은 없었지만 그해 해태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했다. 이어 1985년 5월4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김 감독은 판정 불복에 따른 선수단 철수와 경기 지연 야기를 이유로 퇴장당했다. 이날 경기 승리 포함 10경기에서 해태는 5승5패로 5할 승률로 큰 반전을 이루지 못했고, 그해는 삼성의 통합우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3~4번째 퇴장은 그 효과를 확실히 봤다. 김 감독은 1986년 8월12일 잠실 MBC전에서 주심에게 폭언했다는 사유로 3번째 퇴장을 당했다. 해태는 이날 경기에서 패했지만 향후 10경기에서 6승4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탈환했다. 1988년 9월1일 전주 쌍방울전에서도 김 감독은 상대 선수 퇴장을 요구하며 주심을 밀치고 폭언한 끝에 퇴장당했는데 해태는 이날 승리 포함 10경기에서 8승2패로 승승장구하며 후기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룩했다.
물론 감독이 퇴장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분위기 바전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1999년 4월30일 잠실 LG전에서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폭언과 함께 무더기 퇴장 사고 유발을 이유로 3경기 출장정지까지 당했다. 당시 김 감독과 함께 코치 유남호·김성한·이상윤·장채근에 선수 최해식까지 해태 선수단 6명이 퇴장됐다. 그러나 이날 패배 포함 해태는 10경기에서 3승7패로 고전했다. 당시 해태는 전력이 약한 탓에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화는 23일 현재 15승22패1무 승률 4할5리로 8위에 머물러있다. 4위 NC와는 6.5경기차. 하지만 흐름의 스포츠라는 야구에서 김 감독의 퇴장과 선수단 결집이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반등도 가능하다. 2011년 한화는 5월12일 잠실 LG전에서 그 유명한 한대화 전 감독의 예끼 사건으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홈에서 애매한 아웃 판정에 한 감독이 격분, 심판에게 한마디한 것이 계기가 돼 분위기를 탔었다.
김응룡 감독은 퇴장 효과에 대해 "글쎄, 그것은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이길 수만 있다면 퇴장당해도 좋다. 앞으로도 퇴장당할 각오로 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이 전면에 서서 맞부딪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들에게는 이것 만큼 강한 메시지도 없다. 과연 한화가 김응룡 감독 퇴장 사건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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