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3, 아인트호벤)이 정말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박지성이 이끄는 아인트호벤은 22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친선전에서 후반 26분 김대경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박지성은 후반 6분 교체될 때까지 51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세계적인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후 서정원 수원 감독은 “박지성이 선수생활을 더 해도 될 것 같더라”면서 후배의 기량을 인정했다. 농담으로만 한 소리는 아니었다. 비록 친선전이지만 박지성은 폭넓은 활동량, 날카로운 패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절대 공을 빼앗기지 않는 간수능력 등 수준 높은 축구를 선보였다. 박지성의 패스가 결정적 찬스로 연결된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다만 동료들이 마무리를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박지성은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자신의 활약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박지성은 “어떤 식으로 점수를 매겨야 할지 모르겠다. 선수생활 점수로 치면 망했다. 그래도 상대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어서 다행이다”면서 농담으로 받았다.
수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지성은 K리그를 거치지 않고 일본 J리그 교토퍼플상가를 처음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박지성은 아인트호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치면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국민들은 그의 새벽경기를 지켜보느라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다. 이제는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다. 이번 친선전은 박지성을 K리그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보는 K리그는 어땠을까. 그는 “정식 경기가 아니었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시차적응이 안됐다. 수원이 좋은 경기를 했다. K리그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수원 역시 하프타임에 박지성을 명예선수로 위촉했다.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선수를 현역시절 영입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 수 있었다. 박지성이 교체될 때 수원 서포터들은 '위숭빠레'를 열창했다.
오는 24일 창원에서 치러질 아인트호벤 대 경남 FC전은 프로선수 박지성이 뛰는 마지막 공식경기다. 이제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싶어도 더 볼 수가 없다. 해외축구를 안방에서 즐길 기회가 거의 없는 국내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박지성은 정말로 현역생활에 아무런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 걸까. 그는 “(현역생활에) 전혀 미련이 없다. 팬들에게 (내가 아직)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만족한다. 한 경기가 남아있으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경남전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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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