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위기는 여러 번 찾아온다. 롯데 자이언츠는 전체 일정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소화한 지금이 첫 번째 위기라 할 만하다.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가진 포항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롯데가 싹쓸이 3연패를 당한 건 지난해 7월 12~14일 NC 다이노스 원정 3연전 이후 거의 10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좋은 선발진을 갖춰 연패가 짧은 편인 롯데지만, 이번에 가진 삼성과 3연전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숙제를 안겨줬다. 22일 경기마저 내준 롯데는 시즌 20승 21패 1무로 승률 5할마저 무너지며 4위 NC에 3.5경기, 1위 삼성에 6.5경기 뒤진 5위에 머물렀다.
그 동안 5할 중반대 승률을 유지하며 4강 재진입을 노리던 롯데지만 이제는 4위보다 6위가 더 가까워졌다. SK와 격차는 이제 2경기, 3연전 결과에 따라 순위표가 바뀔 수도 있는 처지다. 짜임새있는 전력으로 상위권을 노리던 롯데에 무슨 문제가 생긴걸까.

첫 번째 문제는 선발진이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 롯데 선발진은 최강으로 손꼽혔다. 10승을 보장하는 선발투수 4명에 5선발 후보들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선발진은 옥스프링-장원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먼과 송승준의 평균 소화이닝은 5이닝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송승준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서 부진했던 송승준은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문제점들을 손본 뒤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당장 배장호에게 선발 기회를 줄 예정이다.
두 번째는 저조한 득점권 타율이다. 롯데 자이언츠 공격지표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좋아진 게 사실이다. 지난해 대부분의 팀 타격지표가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지만 올해는 팀 타율 2위(.289), 출루율 1위(.378), 볼넷 1위(198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득점권타율은 2할6푼3리로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출루는 많이 하고 있지만 주자가 홈에 돌아오지 못한다.
이번 삼성과 가진 3연전은 주자가 나가도 터지지 않는 타선에 고전했다. 주자들은 득점권에 계속해서 나갔지만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 삼성은 필요할 때마다 안타가 나와 쉽게 점수를 올렸고, 적시적소에 장타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칭스태프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극복해야 한다.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선수들에게 "득점권에 못 쳐도 좋고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고 주문하지만 선수들의 부담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생각지 못했던 선수의 깜짝 활약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박종윤과 문규현, 정훈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선수단 전체에 신선한 자극이 됐고 이는 타선 폭발로 이어졌다. 이들은 지금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또 다른 깜짝 스타가 한 명쯤은 필요하다.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작년 LA 다저스는 6월 야시엘 푸이그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180도 바꾸는데 성공, 결국 지구우승까지 이뤘다. 롯데 역시 마찬가지, 신예 선수에게는 팀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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