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뚜렷한 오르막을 탔던 윤석민(28, 볼티모어)이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부상 악재를 딛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는 윤석민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BB&T 볼파크에서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내용은 아주 좋았다. 4이닝 동안 단 47개의 공만을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근래 들어 가장 빼어난 투구 내용이었다. 2회 맷 데이빗슨에게 던진 75마일(120㎞)짜리 떨어지는 변화구가 가운데에 밋밋하게 몰리며 홈런을 허용한 것 외에는 사실상 완벽한 투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마일(144.8㎞)로 지난 경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시즌 초반처럼 ‘공이 날린다’라는 느낌이 없었다. 힘이 붙자 의도적인 높은 공에도 헛스윙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슬라이더 또한 80마일 중반대까지 형성되며 자신의 최고 구속과 근접했다. 각도 날카로워졌다.

제구도 좋았다.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찔렀다. 높게 가는 공도 거의 없었다.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직구가 통하자 변화구도 덩달아 위력을 발휘했다.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였고 볼넷을 허용하지 않음에 따라 4경기 연속 무볼넷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몸 상태가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점, 미국의 야구문화와 팀에 대한 적응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하지만 5회 선두타자 데이빗슨의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은 것은 찜찜한 구석으로 남았다. 윤석민의 왼 무릎 아래 부분을 직격한 이 타구는 다시 덕아웃을 향해 한참이나 돌아왔을 정도로 제대로 맞았다. 맞는 순간 모든 이들이 더 이상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직감할 정도였다. 오히려 더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이로 인해 실점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몸 상태가 우선이다. 일단 타박상 진단을 받았으나 윤석민의 트위터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멍이 크게 들어있다. 통증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한 프로구단의 트레이닝 코치는 그 사진을 본 뒤 “정확한 상황은 봐야 알겠지만 정밀 검진도 필요해 보인다. 몸을 지지하는 왼 무릎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흘려보낼 부상은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투구시 왼 무릎이 몸을 지탱을 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켜본 현지 팬 페이지 기고자들도 일단 정확한 검사 결과와 향후 부상 회복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증이 심할 경우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선발 출격 일정이 다소 조절될 수도 있다.
결국 간신히 만든 상승세의 흐름이 부상으로 끊길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리듬이 끊기면 다시 그 리듬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초반 어려운 시기를 넘기나 할 때쯤 불운이 겹친 윤석민이 시련을 딛고 멀쩡히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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