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마음 읽는 이재원, 진짜 포수로 진화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3 06: 26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육체노동이 심한 포지션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재원(26, SK)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포수 마스크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런 이재원이 이제는 투수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포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현재 타율 4할4푼5리를 기록하며 부동의 리그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원은 최근 주전 포수로 출전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서 2경기에 선발 포수로 나서더니 주중 마산에서 열린 NC와의 3연전에서는 모두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주전 포수 정상호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점도 있지만 이재원의 능력이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변화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재원이 자신감을 완전히 찾은 것 같다. 상무 시절 2년간 주전 포수로 뛰긴 했는데 지금처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작년에도 이 정도 모습은 아니었다”라며 이재원의 성장세를 흐뭇해했다. 이재원도 이런 격상된 위치가 생소하면서도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모습이다. 포수 훈련이 조금도 힘들지 않다며 선한 미소를 지은 이재원은 본격적인 자신의 청사진을 펼쳐보이고 있다.

투수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상징적이다. 이재원은 인천고 시절 타격은 물론 리더십이 뛰어난 대형포수로 손꼽혔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리더십이 뛰어났다는 것이 동기들의 회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정상호 조인성 등 팀 내 베테랑 포수들에 비해 팀 투수들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하다. 공을 받아본 기간이 짧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에 이재원은 투수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닝이 끝나면 투수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다음 타석보다는 투수와의 소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재원은 이런 모습에 대해 “아직 투수들을 잘 모르다보니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간 중간이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재원의 생각이다. 이재원은 대화 내용에 대해 “서로 격려를 하거나 현재 어떤 공이 좋은지에 대해 생각을 공유한다”라면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 앞으로도 많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21일과 22일 경기에서는 외국인 투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이재원에 대해 외국인 선수들도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조조 레이예스는 이닝이 끝날 때마다 이재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어깨를 두들겼다. 실점 후 이재원이 미안하다는 동작을 취하면 레이예스가 “내 잘못이다”라며 서로를 격려했고 이는 7이닝 2실점 호투로 이어졌다. 22일 경기에서도 울프가 이재원을 몇 차례 치켜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울프 역시 이재원의 리드대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고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재원은 “기본적이고 간단한 영어만 되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국내 선수들에게도 앞으로 더 많이 다가갈 것”이라고 하면서 “지난 경기에서 (박)정배형과 호흡을 맞추며 내 잘못 탓에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대화를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포수는 투수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대형포수로서의 잠재력이 이제 막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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