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를 조련하는 김경문의 묵직한 메시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23 13: 01

리더가 꼭 말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딱 한 마디, 혹은 무언의 메시지로 조직원들을 사로잡는다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경문 NC 감독도 그런 유형의 지도자다. 김경문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 속에 NC도 신생팀의 어린 티를 빠르게 벗고 있다.
NC는 22일 현재 25승19패(.568)를 기록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권을 지켰고 현재도 2위권과 승차 없는 4위를 기록 중이다. 5위 롯데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을 정도로 상위권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전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정도의 선전은 사실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샴페인과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아직 시즌의 ⅓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팀의 불안요소를 끊임없이 복기하며 앞으로 찾아올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 김 감독이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팀 분위기다. 팀의 긴장이 풀어지면 미끄러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도 다방면의 경로를 통해 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지시 하나, 전술 하나에 김 감독의 생각이 모두 녹아있다. 20일 마산 SK전에서 나성범을 6회 대주자 이상호로 교체한 것이 상징적이다. 김 감독은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성범보다는 이상호가 베이스러닝을 잘한다. 주장 이호준도 6회 정도에 뺀 적이 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잘하고 있을 때 뭔가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나성범은 그 전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율도 꾸준히 좋은 편이었고 장타도 펑펑 터져나왔다.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 경기에서는 “공을 치는 내용이 좋지 않았다”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교체를 통해 나성범으로 하여금 한 번쯤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21일 경기에서는 1회 4실점한 이재학을 조기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1회 내용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재학의 기본적인 기량과 팀 내 위치를 생각하면 1이닝 교체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과감히 투수를 바꿨다. 역시 이재학에게 주는 어떠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당장 경기를 보면 손해일지 몰라도 이재학이 그런 와중에 뭔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종욱 손시헌을 영입하며 경험 많은 선수들을 채워 넣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은 베테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 더 많다. 냉정한 프로 세계를 아직 덜 실감한 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런 NC의 사정에서 김 감독이 주는 무언의 지시 하나하나는 들떠 있는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선수들은 전날 잘 친 것만을 기억하지만 감독에게 지나간 경기는 단지 참고할 만한 기억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김 감독의 카리스마 속에 NC는 적당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NC를 움직이는 하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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