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거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1993년과 1997년 8차례 아치를 쏘아 올린 게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 하지만 류중일 감독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홈런이 있다.
류중일 감독은 경북고 시절이었던 1982년 7월 17일 잠실구장 개장 기념 우수고교 초청대회 부산고와의 결승전서 6회 좌월 솔로 아치를 터트렸다. 이는 잠실구장 개장 첫 홈런.
22일 포항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첫 홈런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었다. 주인공은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25). 나성범은 지난달 2일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6회 KIA 선발 임준섭에게서 우월 투런 아치를 쏘아 올려 개장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취재진에게 '제주 오라구장 개장 첫 홈런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용국 삼성 수비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류중일 감독은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국가 대표팀과 한양대의 연습 경기에서 김용국 코치가 첫 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첫 홈런의 주인공에게 고가의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고 했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류중일 감독이 개장 첫 홈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개장 첫 홈런의 주인공을 위한 기념비 건립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그는 "나중에 돈벌어서 내가 직접 만들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와 포항구장 개장 첫 홈런의 주인공 모두 원정 구단 소속 선수다. 홈구단 소속 선수가 아니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기념비를 건립해야 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생각이다. 한국 야구사의 일부분이기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