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선거 특집, ‘선택2014’의 공식적인 투표가 모두 마감됐다. 지난 17일, 18일 전국 10개 도시 11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이어 지난 22일 하루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본 투표에는 온라인 투표만 30만 명가량의 시민이 투표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무한도전’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은 투표에 참석한 시민들 뿐 아니라 멤버들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22일 여의도 MBC에 멤버들과 함께 나타난 유재석은 “너무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열광해 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무한도전'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투표가 끝나는 시각이 가까웠음에도 투표소를 떠나지 않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호기심 반, 애정 반으로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국민 예능이 준비한 의미 있는 장난에 참여했다. 대부분 투표를 마친 후 멤버들의 포스터 사진 앞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의 상황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은 “원래 ‘무한도전’의 광팬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요새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는데 이번 선거 특집이 선거에 대해 권장하고 있어 취지가 좋은 것 같아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등학생 투표자는 “TV에서 보고 나도 참여하고 싶어서 왔다. 성인이 되야 할 수 있는 건데 이렇게 먼저 해보니 신기하고 재밌다”며 “미래에 투표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이번 선거가 주는 유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무한도전'의 선거 특집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과 겹치며 사전투표제도 등의 제도 등을 그대로 따라 도입하는 유사성 짙은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후보들의 사퇴와 협동, 갈등의 과정 그 가운데 기존 정치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멤버들의 '내거티브 선거전'은 패러디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며 큰 웃음을 줬다.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진은 선거 특집을 진행하는 동시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재미와 유익함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
'무한도전'은 형식이나 틀이 정형되지 않은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때문에 멤버들의 말 한마디로 척척 진행되는 즉흥적인 진행 방식은 이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장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힘이 돼 왔다. 그러나 동시에 '무한도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커질수록 진행되는 특집의 규모가 커지고, 이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요제다. 프로그램 초반, 강변북로 한강공원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소박해서 재밌었던 가요제는 몇 회를 거치며 이제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연례행사가 됐다.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런저런 반응도 많고 때로는 구설수에도 올라 제작진의 시름이 컸다. 과거 큰 부담없이 (비록 기획의 과정은 치열했다 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들이 위상이 높아진 오늘엔 하나하나의 반응에 더 예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된 것.
이런 상황에서 '무한도전'이 준비한 선거 특집은 대단히 용기있는 기획이었다. 웃고 즐거운 게 다일 것만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선거'라는 현실적 이슈를 택한 것부터가 그렇다. 이후 매우 리얼한 멤버들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패러디와 진지해서 재밌었던 투표 과정은 과연 국민 예능의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주는 풍성한 결과물이었다. 더불어 이번 특집은 멤버 길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공공연히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는 등 악재라 할 수 있는 일들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렇게 9년차 국민 예능은 진화해 간다. 갈수록 인기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무한도전'의 다음 스텝이 그리 걱정되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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