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사상 초유의, ‘동시에’ 간행된 이본(異本)인 김소월 시집 과 의 원본을 대조, 서지 정리를 꾀한 (소명출판사)가 최근 출간됐다.
은 서정시인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1902~1934년)의 생전 유일한 시집이다. 김소월은 전문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2007년 한국시인협회가 선정한 한국 현대시 10대 시인 중 으뜸이었다. 은 2012년 문인들이 추천한 시집 1위에도 올랐다.(, 문학세계사, 2012년), ‘진달래꽃’은 2008년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 첫 손에 꼽힌 바 있다.
시집 은 여태껏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에서 출간된 이 유일한 정본으로 여겨졌으나 2011년도 등록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판본인 의 존재가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됐다.(엄동섭, ‘시집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시사 (1) 1920년대의 창작시집’, 12호, 2010년 5월), 그해 2월 25일 두 판본 모두 문화재청에 등록됐다. 은 과 마찬가지로 같은 날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 된 시집이었다.

‘이본(異本), 쌍생아(雙生兒)’인 이 시집들은 근대문학 유산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등록된 문화재이다. 과 모두를 등록문화재로 삼음으로써 두 책은 문학사상 최초의 ‘동시 간행된 이본’으로 자리매김 됐다.
김소월 시집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과 2종을 모두 등록문화재로 등재한 문화재청의 결정이 적절성을 획득한다. 아울러 두 시집은 근대문학 유산 중 유일하게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470호(2011년 2월 25일)로 등록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는 한국시사(詩史) 전문연구가인 엄동섭 문학박사(창현고 교사)와 웨인 드 프레메리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의 작업으로 그 결실을 보게 됐다.

는 과 을 대비한 최초의 연구서이다. 저자들은 제1부 ‘진달내꽃과 진달내의 이본적 차이점’에서 두 책의 앞표지, 책등, 속표지, 목차, 본문, 판권지 등 전 부면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22곳의 차이점을 실증했다.
제2부 ‘진달내꽃 영인본과 김소월 전집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는 다양한 양상으로 원본을 훼손한 영인본의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기존의 영인본이 진정성 있는 1차 자료가 될 수 없음을 규명했다. 또한 기존 영인본을 저본으로 저술된 김소월 전집의 문제점도 적시했다.
제2부의 비판적 분석을 통해 제3부 ‘과 의 판면 비교’에서는 최초로 두 책 모두를 실물대의 사진판, 컬러판 영인본으로 제작해 진정성 있는 연구 자료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는 과 의 전모를 집성하고, 이본 간의 서지적 특성을 철저히 분석한 최초의 저작물이라는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저자들은 과 이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책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책을 ‘동시에’ 간행된 이본으로 본다. 서지연구의 일차적인 주안점은 인쇄 및 발행 기록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과 이 다양한 차이점을 가지고 출판된 경위나 두 책의 간행 상 선후 관계를 밝힐 어떠한 근거도 확인된 것은 없으며, 현재로서는 인쇄 및 발행 기록이 동일한 이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유효할 뿐이다. 이점에서 저자들의 시각은 근본적으로는 문화재청과 같다.
제3부 ‘과 의 판면 비교’는 제1부의 논의와 더불어 이본 간의 상보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두 책의 본문에서 확인되는 22곳의 표기상 차이점은 단순한 물성을 넘어서서 김소월 생전에 이루어진 동시적 텍스트의 변화성을 고찰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한편 저자들은 연구 및 저술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등록된 4점 이외에 여러 소장본을 검토했다. 은 저자인 엄동섭 소장본과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소장본을, 은 최철환 소장본과 한국현대시박물관 소장본을 각각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책등이 완전히 손상된 등록문화재 제470-1호(진달내ㅅ곳)의 경우에는 최철환 소장본을 통해 그 원형을 밝힐 수 있었다.
과 은 1925년에 나왔다. 이번 서지 연구는 시집이 간행된 지 90년 만에 과 텍스트의 전모를 최초로 집성했으며, 이본 간의 서지적 특성을 철저히 분석한 저작물로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는 게 학계의 평가이다.
공동 저자인 엄동섭 박사는 저서로 (2007)가 있으며, 근대서지학회를 중심으로 문학서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창현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2010년부터 시 전문지 에 ‘시집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시사’를 연재하고 있다.
웨인 드 프레메리는 서울대에서 한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과에서 1920년대 한국 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근현대 한국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김소월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연구에 빠져든, 푸른 눈의 이방인이다.
chuam@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