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까리하게!”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녹화가 시작됐다. 부활을 꿈꾸는 ‘왕년의 개그 제왕’ SBS 예능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는 보다 치열하고 새로웠다.
진짜 ‘웃찾사’의 모습을 찾아서 지난 23일 서울 등촌동 SBS 홀에서 진행된 녹화현장을 찾았다. 화려한 조명과 카메라가 세팅된 곳에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 오직 웃음만을 위해 모인 이들의 무한 경쟁이 펼쳐졌다.
#아무나 알 수 없는 백스테이지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되기 전 백스테이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분장을 마치지 못한 출연자들과 복도에 길게 늘어서서 마지막 연기 호흡을 맞춰보는 이들, 혹은 의상을 차려입고 긴장감을 스스로 다스리는 이들까지. 다소 협소한 공개홀의 뒤편에서는 많은 개그맨들이 전장에 나갈 준비에 힘쓰고 있었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이창태 PD의 “얘들아. 모이자” 소리에 곳곳의 개그맨들이 한 방에 모여 전의를 다졌다. 이 PD는 이들에게 “관객들에게 예의를 지키자”고 말한 뒤 “결국은 기싸움이다”는 격려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은 힘차고 단호했다. 이들은 “멋있게 까리하게!”를 외치며 본격적인 녹화에 돌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녹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약 30분 가량 일명 바람잡이로 불리는 코미디언이 등장,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이날의 바람잡이는 개그맨 이동엽. 그는 카메라에 담지 않음에도 불구, 최선을 다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편안하게 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웃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개그의 살벌한 속살
이날 녹화에서 준비된 코너는 총 15개로, 녹화시간은 약 2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 모든 코너가 다 전파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약 2개의 코너는 무대 위에서의 공연에 만족해야 했다. 많은 이들의 즐거운 웃음이 가득한 촬영장은 사실 개그맨들의 무한 경쟁이라는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출연자도 다양하고 소재도 다양했다. 강성범과 같은 관록 있는 개그맨부터 홍현희와 같은 떠오르는 신(新) 개그 스타까지 이 무한 경쟁에 참여했다. 관객들은 이들의 무대를 보고 호응으로 평가했다.
또한 그 다양성이 눈길을 끈 것은 ‘웃찾사’가 젊은 세대들을 위한 B급 코드의 개그부터 이른바 몸개그로 불리는 슬랩스틱, 외모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원초적 웃음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것. 이날 공연된 코너들 중 ‘아후쿵텡풍텡테’의 경우 병맛이라는 요즘말이 잘 어울리는 엉뚱한 B급 코드, ‘열혈강호’는 단순하지만 스테디셀러인 슬랩스틱, ‘민폐남녀’는 원초적 웃음을 자아냈다.
#무대와 무대 사이
‘웃찾사’의 녹화를 방청한 적이 있었다는 혹자는 방청의 묘미를 무대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개그맨의 입담이라고 말했다. 코너와 코너 사이에는 분위기를 쳐지게 하지 않기 위해 개그맨들이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잡는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기념품을 주기도, 막간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웃찾사’를 보러 베트남에서 달려온 8명의 외국인들이었다. 기념품을 선물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개그맨은 “가장 멀리서 온 분”을 찾았고, 이에 안산, 시흥 등의 경기도권 지명이 거론됐다. 이 때 한국말이 서툰 베트남인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웃음이 8명의 베트남인들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번 만들어졌다.
‘웃찾사’는 이렇게 살아나고 있었다. 보다 치열하게, 보다 새롭게 개그만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이들의 무대 덕분에 왕년의 개그 강자 ‘웃찾사’는 오늘도 부활을 꿈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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