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루수, 그리고 클린업트리오는 현재 정원초과다. 이 모든게 박종윤이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덕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클린업트리오를 손아섭-최준석-히메네스로 일찌감치 정했다. 이에 맞춰 '손석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러나 1군에서 이들 3명의 동시출전은 자주 없었다. 히메네스가 부상 때문에 시즌을 늦게 시작했고, 히메네스 복귀 이후에는 최준석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그 자리를 박종윤이 차지했다.
3번 손아섭-4번 히메네스는 고정으로 출전하고 있는 가운데 김 감독의 복안은 최준석과 박종윤을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가며 출전시킨다는 것. 그렇지만 박종윤의 컨디션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스윙을 바꾼 게 주효하면서 개막 후 2개월이 지나도록 3할대 타율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이러한 가운데 최준석의 타격 컨디션까지 돌아오고 있다. 지난 주 히메네스가 몸살로 결장했을 때 그 자리를 채웠는데 홈런에 안타까지 꾸준히 만들어내며 어느정도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히메네스와 박종윤, 최준석의 포지션이 모두 같은 1루수라는 점이다. 2명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시킬 수 있지만 나머지 선수는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최준석을 벤치에 앉혀놓고 있지만, 거액을 들인 선수를 계속해서 벤치에 두는 것도 팀에는 큰 손해다.
포지션 중복을 해결하고자 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박종윤의 좌익수 출전이었다. 박종윤을 실제로 캠프에서부터 꾸준히 좌익수로 연습을 해왔다. 그렇지만 아직 실전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만약 박종윤이나 히메네스 가운데 하나가 외야로 나갈 수만 있다면 다 해결될 문제다. 그러면 손아섭을 1번으로 쓰고 세 명(히메네스, 박종윤, 최준석)으로 클린업을 짜면 딱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수비불안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박종윤이 좌익수로 훈련은 했지만 불안한 게 사실이다. 내가 볼 때는 포구가 불안하다. 오히려 히메네스가 외야수비는 더 나을 거 같다. 미국에서는 외야수로도 뛰었다더라"면서 "수비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 외야수들이다. 현재 롯데는 좌익수 김문호-중견수 전준우로 외야를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박종윤이 외야로 나가면 김문호나 전준우 중에 하나는 빠져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김문호가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김문호가 중견수를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 1번타자 자리는 정훈이 훌륭하게 채우고 있다. 만약 김 감독의 구상이 맞아떨어져 손아섭이 1번에 자리잡으면 타선이 더욱 강력해진다. 그렇지만 수비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과연 올해 '손아섭 1번, 박석히 클린업트리오'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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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