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기자] 한화 김응룡(73)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퇴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 인물이다.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심판 판정에 어필하는 과정 중 선수단을 철수시켰고 퇴장 조치됐다. 해태 시절 5차례에 이어 개인 통산 6번째 퇴장. 이 부문에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15년만의 퇴장으로 인해 김 감독은 23일 KBO로부터 엄중경고와 함께 100만원을 벌금을 제재받았다.
김 감독은 퇴장이 많았던 만큼 징계도 적잖게 받았다. 1983년 5월12일 인천 삼미전에서 심판에게 모욕적인 언행으로 벌금 10만원을 부과받았던 김 감독은 1985년 5월4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판정 불복과 선수단 철수로 경기 지연을 야기해 벌금 20만원과 함께 2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이어 1986년 8월12일 잠실 MBC전에서는 주심에 폭언했다는 이유로 벌금 15만원을 물었고, 1988년 9월1일 전주 롯데전에서는 상대 선수를 퇴장시키라며 주심을 밀치고 폭언을 해 벌금 50만원을 징계받았다. 마지막으로 1999년 4월30일 잠실 LG전에서는 경기거부 금지 위반 및 퇴장사고 동기 유발로 벌금 50만원과 1경기 출장정지 제재가 내려졌다. 이번 징계까지 김 감독은 6차례 퇴장을 당하며 총액 245만원의 벌금과 함께 총 3경기를 못 나왔다.

김 감독은 "퇴장보다 걱정되는 게 출장정지다. 우리나라는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하면 징계 때문에 다음 경기에 못나올 수 있다"며 "메이저리그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퇴장 기록이 훨씬 많다. 미국은 100번 넘게 퇴장한 감독들도 있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퇴장당하면 그 경기로 끝난다. 퇴장당하면 팬들은 좋아한다. 10점차 넘게 지고 있어도 감독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니 팬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나라는 감독의 퇴장을 너무 안 좋게만 바라본다. 퇴장당하면 징계를 받으니 감독들도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미국은 퇴장당하면 그날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처럼 징계를 따로 내리지 않는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어린이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야구는 야구 자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출범 후 올해까지 33시즌 동안 감독 퇴장이 포스트시즌 1차례 포함 22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이 가장 많은 6회 퇴장을 당했고, 김성근(4회) 한대화(2회) 감독이 뒤를 잇고 있다. 감독 퇴장이 없었던 시즌도 무려 17차례. 감독 퇴장이 큰 뉴스로 취급받는 것도 자주 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이끈 명장 바비 콕스 감독이 역대 최다 158회의 퇴장을 당했다. 29년간 158회의 퇴장으로 연평균 5.4회 퇴장. 미국에서 감독들의 퇴장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물리적인 충돌이 있지 않은 이상 감독이 퇴장당한다고 해서 징계받는 일은 드물다. 물론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2012년 심판 판정 어필로 2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케이스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감독의 어필과 퇴장도 야구의 일부분이자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판 판정에 어필하는 것은 감독의 권리 중 하나다. 프로야구 초창기보다 감독의 퇴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가 차가웠다. 지나치게 안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감독 퇴장에 무조건 징계를 주는 것은 아직 보수적인 우리나라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 강한 어필과 퇴장도 야구의 일부분으로 팬들의 볼거리와 선수단 단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 야구계와 경기장 분위기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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