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29, 두산 베어스)에게 있어 이번 시즌의 화두는 역시 아시안게임이다. 오재원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대표팀에 선발되고 싶다는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단순히 대표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만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라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였고, 그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재원은 23일까지 타율 .393, 출루율 .486, 3홈런 16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타율은 리그 2위이고 도루는 1위 박민우(NC)에 2개 뒤진 3위다. 출루율은 리그에서 가장 높다.
그간 대표팀 붙박이 2루수였던 정근우(한화)의 존재감이 컸지만, 이런 성적이라면 오재원을 뽑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23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처음이자 통산 16번째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더욱 강인한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2번 타순에서 1번과 중심타선을 연결하는 역할은 오재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출루율이 높은 민병헌을 자신 앞에 뒀지만, 빠른 발과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 높은 출루율을 두루 갖춘 오재원은 좀처럼 병살타를 치는 법이 없다. 이번 시즌 병살타는 1개가 전부고, 삼진도 13번밖에 당하지 않았다. 볼넷은 21개로 삼진보다 훨씬 많다.
타격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다. 2루 수비에서도 오재원은 정상급이다. ‘악마 2루수’ 정근우와 비교해도 오재원의 수비는 떨어지지 않는다. 3루수와 유격수는 물론 심지어 1루수까지 볼 수 있어 내야의 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오재원은 어디에든 투입할 수 있기에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내야수다.
특히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선수만이 가능한 창의적인 개인 수비 시프트는 고영민의 뒤를 이은 두산 주전 2루수 오재원의 전매특허다. 내야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안타성 타구도 뒤에서 달려오며 처리하는 오재원의 수비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유격수 김재호와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다.
오재원이 대표팀에 적합한 또 하나의 이유는 주전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대주자로도 기용할 수 있을 정도로 도루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도루 부문에서 현재 리그 3위지만, 1위도 가시권에 있다. 개막하기 전 “시즌 중반까지 1위와 큰 차이가 없다면 도루왕 타이틀도 노려보겠다”고 했을 만큼 도루에 대한 자신감은 넘친다.
자신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오재원은 “지금 팀 타선이 좋기 때문에 도루를 시도하지는 않고 있다. 더 많이 시도했다면 20개는 넘었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오재원은 17차례 도루를 시도해 1번을 제외하고 모두 성공시켰다. 무리하지 않고 훔칠 수 있을 때 뛰었고, 뛰면 훔쳤다.
모든 감독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이에 따라 선수를 뽑고 쓰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오재원은 스타일과 호불호에 의해 선택 여부가 결정될 선수는 아니다. 대표팀이 단 하나의 2루수만 뽑을 수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오재원이 가장 적합한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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